[단독 인터뷰] 박지원 "두산로보틱스 상장 검토…로봇사업 자금 마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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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두산그룹 부회장 MWC 현장서 단독 인터뷰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사진)이 반도체와 로봇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0’에서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차별화를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솔루스첨단소재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뒤 그룹의 사업 재편에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 목표로 체질 개선
MWC서 AI 통신기술 집중 체크
기존 로봇은 공장 로봇 팔 위주
향후 서비스산업·개인용 확대
에너빌리티, 올해 흑자전환 목표
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인수한 반도체 테스트 전문 회사 두산테스나를 ‘글로벌 톱5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협동로봇 사업을 하는 두산로보틱스와 물류 자동화 시스템 기업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드론·연료전지 업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한 단독인터뷰에서 두산로보틱스의 연내 상장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건 3년 전 CES 2020 이후 처음이다.
박 부회장은 “로봇은 투자 자금이 많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베스트”라며 “시장 상황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연내 상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사업은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 위주라면, 앞으로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서비스산업 등에서 사용하는 로봇과 개인용 로봇까지 사업을 키워 나갈 것”이라며 “그리퍼(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부분) 등 다른 로봇 생태계와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두산로보틱스 이외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에 대해선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선 실적 개선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수주 전망을 지난해(7조5842억원)보다 1조원가량 더 많은 8조6089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낸 건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과 자회사 매각에 따른 매각손 등이 반영된 탓”이라며 “올해는 흑자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15조4433억원, 영업이익 1조107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40.5%, 27.4% 실적이 좋아졌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박 부회장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두산밥캣의 실적 부진 우려에 대해선 “미국 시장이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어서 올해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전 사업의 선두 주자다.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박 부회장은 추가 지분 투자 가능성에 대해 “우리(두산그룹)는 반도체로 치면 파운드리와 같은 역할을 하자는 비전이 있다”며 “(SMR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모델이 또 나오면 지분을 투자해 제작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나와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 가능성에 관해선 “웨스팅하우스는 SMR 사업을 하지 않는 데다, AP1000(웨스팅하우스가 생산하고 있는 원전의 한 종류)의 경우 이미 제작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첨단 기술 관련 글로벌 전시회에 대한 박 부회장의 애정은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18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까지 3년 연속 미국 CES를 찾았다. 그가 다녀간 뒤부터 두산그룹은 CES 참가를 결정했다. ‘굴뚝 산업’이라 불리는 중후장대 기업 중에선 최초였다.박 부회장은 올해 처음 참관한 MWC에 대해서도 “3~4년 전부터 방문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사정으로 미뤄왔다”고 했다. 조만간 MWC에서도 두산 부스를 보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 부회장은 “직원들과 협의해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