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신적 여자친구"…20대男 가방서 나온 미라의 정체

페루에서 한 20대 남성의 가방에서 천에 싸인 미라가 발견됐다. 남성은 "내 정신적 여자친구"라고 주장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미라는 최대 800년 전 사망한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페루 경찰은 지난달 25일 페루 푸노에 있는 고고학 유적지 인근에서 훌리오 세사르 베르메호(26)의 소지품을 불시 검문한 결과, 그의 가방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자세의 미라를 발견했다.베르메호는 검문 당시 지인 2명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해당 미라가 자신의 '정신적 여자친구'이며 이름은 '후아니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평소 방 TV 옆 상자에 보관했는데 친구들에게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갖고 나왔다"며 "정성을 다해 그녀를 돌봐왔다. 내 방에서 함께 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미라는 600년~800년 전 사망한 45세 이상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망 당시 키는 약 151㎝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경찰 관계자는 "청년이 미라를 가방에 넣어 이동한 의도가 따로 있었을 것"이라며 범죄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친구들에게 미라를 확인시켜주기 위해서였다면 집으로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데, 굳이 갖고 나온 점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현재 베르메호는 구금된 상태다.

경찰은 미라를 발견한 즉시 이를 문화부에 넘겼다. 페루 문화부는 해당 미라가 국가 문화재로 분류될 만큼 귀중한 역사적 사료라며 연구에 착수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미라의 물리적, 법적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유적을 발견할 시 즉시 당국에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최근 페루에서는 미라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2021년에는 페루 수도 리마 동쪽의 카하마르키야 유적지에서 800년~12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됐다. 지난해에는 같은 유적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 8명, 어른 12명의 유해가 발견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