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후보 '내부 출신' 채운 KT에…대통령실·與 "그들만의 리그"

KT 대표 인선 제동 건 대통령실 "공정한 거버넌스 필요"
심사대상 33명 중 외부인은 7명
대통령실과 여당이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재차 지적하면서 대표 선임에 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KT 출신 4명으로 차기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를 압축한 데 대해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현직 KT맨이 차기 대표 후보

KT는 오는 7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8일 KT 이사회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과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네 명을 대표 후보 심사 대상자로 결정했다. 외부 인선자문단을 꾸려 공모에 지원한 18명의 사외 후보와 15명의 사내 후보(구현모 대표 제외)를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였다. KT는 6일까지 집중 면접을 거쳐 단독 후보 1인을 결정한 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로 공식 선임하기로 했다.애초 다음달 3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확정됐지만 지난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 등 소유 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후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임을 공모 형태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지난달 20일 마감한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지난달 23일 지원을 철회했다.

○외부인 7명 중 2명만 기업 경력

대통령실은 KT의 차기 CEO 인선이 ‘공정한 기업 지배구조 구축’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어긋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그 후로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KT의 차기 CEO 인선 과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KT가 CEO 후보자를 4명으로 좁히는 과정에서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구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사장을 (대리인으로)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윤 사장은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라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이 KT 차기 CEO 선임을 주도하는 지배구조위원회의 일원이면서 차기 CEO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KT 지배구조위는 CEO 후보군 및 외부 전문가로 꾸려지는 인선자문단 구성 기준 등을 의결하는 기구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해 KT 측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CEO 선임이 추진된 2월 9일부터는 윤 사장이 지배구조위와 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여권에서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외부 인사가 모두 탈락한 것이 대통령실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특정인을 지원하는 게 아니다”며 “외부 인사가 단 한 명도 쇼트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공모에 지원한 사외 후보자 18명 가운데 11명이 KT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KT와 관련이 없는 인물은 김성태 전 의원과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7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박종진 IHQ 부회장과 최방섭 전 삼성전자 부사장 정도다.

자문단은 후보 선정의 기준으로 급변하는 디지털전환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테크놀로지 리더십’과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하고 시장을 주도할 ‘매니지먼트 리더십’을 꼽았다.

이승우/오형주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