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가격 올리자마자 700만원이던 중고 가방이…" 한숨 [오정민의 유통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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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명품 브랜드 도미노 가격 인상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3개월 만에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모델로 꼽히는 '클래식 플랩백'의 라지 사이즈 가격은 1480만원까지 뛰어 1500만원에 육박했다.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두 곳이 새해 들어 가격을 올렸다. 각 브랜드들이 지난해 이어간 가격 줄인상 기조를 연초부터 재현하는 모양새다.
샤넬 올해 첫 인상…작년 11월 이후 약 3개월 만
클래식 플랩백 등 인기 모델 가격 올라
연초 에르메스·롤렉스 등 가격 올려
"샤넬백 오늘이 제일 싸다"…3개월 만에 또 올린 샤넬
2일 샤넬은 클래식 플랩백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해 공식 홈페이지 가격에 반영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약 3개월 만이며 모델별로 최대 6%의 인상을 단행했다.이번 가격 인상으로 인기 제품 '클래식 플랩백'의 스몰 사이즈 제품 가격은 종전 1237만원에서 1311만원으로 6.0% 뛰었다. 같은 모델 미디움은 1316만원에서 1367만원으로 3.9% 올랐다. 라지의 경우 1420만원에서 1480만원으로 4.2% 인상돼 몸값이 1500만원에 육박했다.
'22백' 가격도 모델별로 3.7~4.3% 인상됐다. 보이 샤넬 플랩 백의 경우 864만원에서 895만원으로 3.6% 올랐다.샤넬은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재료비 상승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4차례 가격을 인상한 샤넬이 올해도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연초 에르메스·롤렉스 바통 이어받아…올해도 '高高'할까
새해 들어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새해가 밝자마자 가격 인상에 나선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의 바통을 이은 것이다. 고가의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 인상 소식도 줄을 이었다. 새해 첫 달 롤렉스, 쇼파드가 가격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부쉐론이 주요 제품 가격을 7~8% 인상했고, 불가리 역시 인기 제품 가격을 4~7% 올렸다.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남은 한 곳인 루이비통과 같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인 디올, 펜디 등도 조만간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다. 지난해 주요 브랜드가 한 해 3~5회 가격 인상에 나선 만큼 올해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가격 인상 기조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과시욕과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수요가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진단한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은 세계 7위 규모다. 전년보다 4.4% 증가한 141억6500만달러(약 18조5986억원)에 달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돈다.
가격 인상 속 인기제품의 수요가 여전하다보니 이른바 브랜드의 '갑질'이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인기 제품의 경우 매장에 제품이 없어 구입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전액 미리 내야만 구입 대기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후문이다. 돈을 지불하더라도 물건을 받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디올은 제품 가격을 전부 지불한 고객에게 인상분을 내지 않으면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안내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하루 만에 20만원 올랐다"…중고 가격 다시 오를까
실사용자들은 중고 제품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등을 통한 리셀(되팔기) 거래가 활성화된데다 샤넬 백은 대표 리셀테크(리셀+재테크·비싸게 되팔아 수익 확보) 아이템으로 꼽히는 만큼 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럭셔리 전문 카페에서 한 누리꾼은 중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 달 동안 지켜보고 있던 샤넬 백 모델의 가격이 이번 가격 인상과 함께 뛰었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사태 일어날 줄 알았다면 미리 샀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눈여겨보던 가방이 "700(만원)이던 게 785(만원) 됐다"고 가격 인상 조짐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보복소비’ 열풍이 불며 중고 가격이 매장가보다 비쌌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최근에는 크게 바로 안 오르더라"며 예전과 사뭇 다른 흐름을 전했다. 그는 "전에는 인상되면 바로 반영돼 (가격이 인상된 만큼) 더 붙어서 (중고제품 가격이) 같이 올랐다"고 회상했다.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은 연초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추이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것.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태와 관련해 "여행 본격화와 더딘 경기 회복으로 단가가 높은 가전과 명품 매출 중심으로 매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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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