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하려고"…유아인이 말한 '바늘 공포증' 뭐길래

유아인, 프로포폴 2년 동안 100회 이상 투약
소속사 측 "유아인, '바늘 공포증' 있어"
승재현 "국내 코카인 유통 과정 집중해야"
배우 유아인.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유아인이 '바늘 공포증'이 있어 수면마취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

배우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소속사 측이 "바늘 공포증이 있었다"고 해명했다.최근 유아인 측 관계자는 "유아인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데 바늘 공포증이 있어서 프로포폴 수면마취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케타민 역시 수면 마취, 의료용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카인에 대해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유아인이 다니던 병원의 병원장조차 그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만류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2일 MBC는 유아인의 진료를 담당했던 병원장이 "너무 많은 수면 마취하면 안 된다", "병원을 옮겨 다니면 안 된다"면서 주의를 주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경찰은 유아인이 간단한 시술에도 통증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수면 마취를 요구해 프로포폴을 맞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찰에 유아인 수사를 의뢰한 지난해 말, 최근 2년간 프로포폴 투약 횟수가 100차례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에만 서울 시내 병원에서 처방받은 프로포폴은 73차례에 걸쳐 4497mL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바늘 공포증이 있는데 의료진의 만류에도 100회 이상 투약한 것과 관련해 "프로포폴과 케타민은 정맥주사인데 바늘 없이 맞을 수 있나. 바늘 공포증 있다는 말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바늘 공포증'이라 부르는 주사 공포증은 일반인도 접종 전 흔히 느끼는 단순한 떨림과 두려움을 넘어서서 의식이 희미해지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등 공포가 극에 달하는 증상까지 추가로 나타나는 것을 칭한다.주사 맞을 때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유형, 주사 약물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유형 등이 있으며 고통을 두려워하는 유형이 가장 많다.

바늘 공포증을 겪는 사람은 주사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한다. 심장박동수를 줄이고 근육을 이완하는 부교감 신경이 흥분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공포감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진 경우에도 실신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바늘 공포증' 때문에 코로나 백신을 맞지 못했던 50대 남성이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지는 일도 있었다.바늘 공포증을 완화하려면 주사 맞기 전 팔다리 힘주기·심호흡 연습 등을 하는 것이 좋다.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심장이 매우 빨리 뛰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실신할 수 있다. 이때는 평소에 근육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하면 혈관이 갑작스레 확장되는 것을 완화해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 주사를 맞을 때는 그에 집중하기보다, 대화하는 등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한다.

주사를 맞기 바로 몇 초 전에 복식호흡으로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고 숨을 참은 상태로 몸에 힘을 뺀다. 몸에 힘이 빠진 상태로 주사를 맞으면 고통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 5일 미국 여행을 위해 출국했던 유아인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소변과 모발을 확보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소변에서는 대마 성분이, 모발에서는 코카인과 케타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카인은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해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불린다. 케타민은 프로포폴과 함께 마취제로 주로 쓰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레이저 시술 등을 할 때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는 있다"면서 "통각에 예민하다면 마취를 한 후 시술을 받을 수 있지만 여러 병원에 다니며 다른 병명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이라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1년에 우리나라에서 코카인 흡입해서 적발되는 사람이 10명 미만이다. 2021년에 7명인데, 그게 그만큼 우리나라에 맞지 않아 코카인 경유지에 머물고 있다. 남미 쪽에서 주로 생산되고 호주 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코카인 공급책이 만들어졌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중남미 카르텔이 국내에 형성됐다면 마약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일이다. 어떤 방법으로 투약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