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역대 최저 0.78명…280조원 써도 소용 없었다

합계출산율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하락했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한경DB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은 ‘아이를 조금만 낳으라’는 공익광고를 트는 나라였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나라가 됐다. 정부는 16년 동안 약 280조원을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쏟아부었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번엔 0.7명대로 하락…OECD 꼴찌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아졌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0.59명)이 가장 낮고 이어 부산(0.72명), 인천(0.75명) 순이었다.

합계출산율(total fertilty rate)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출산 수준을 나타내는 국제적 지표로 통한다. 한국은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이 지표가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이탈리아는 1.24명이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만 해도 4.71명에 달했다. 이후 정부의 가족 정책, 초혼 연령 상승, 미혼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974년 3명대로 떨어진 데 이어 1977년에는 2명대, 1984년에는 1명대가 됐다.경제력이 올라갈수록 출산이 줄어드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5년 전에는 합계출산율이 0명대에 진입했다. 2018년 0.98명, 2021년 0.81명에 이어 지난해까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체감 효과가 미미한 백화점식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상황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등은 아이 낳기를 꺼리게 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워킹맘 육아 힘들고, 사교육비 많이 들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통계청이 2021년 12월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상 전망치(0.7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한 뒤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위 시나리오를 반영한 것으로, 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합계출산율이 2025년 0.61명까지 떨어진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4.9명으로 전년보다 0.2명 감소했다. 출생아 수와 조출생률 모두 역대 최저다.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7000명이었으나 20년 만에 반 토막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