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는' 청년, 창업 4년 만에 70억 '잭팟' 터진 비결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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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농사 짓는 로봇공학도
“만약 구글에서 스핀오프한 회사가 농사를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첨단 생산기술로 발전해나가는 농업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농업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의 조진형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오크롭스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직접 농사를 짓는 회사다. 지난해 말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0억원의 투자를 받아 주목받았다. 경남 밀양과 전북 김제, 경북 상주 등에 총 4만㎡(약 1만2000평) 규모의 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농사 경험이 없는 직원들만 현장에 관리직으로 파견하고, 핵심 결정은 본사 전문 재배사들이 원격으로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카메라로 작물의 잎과 줄기 등을 촬영해 생육 상황을 판단하는 AI 비전 기술이 반영됐다. 로봇전문기업 뉴로메카와 손잡고 스마트팜 온실용 로봇 플랫폼도 개발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농장을 돌면서 사진을 찍고 농작물이 자라는 정도나 병충해 피해 여부, 적당한 수확 시기 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원래 로봇공학자를 꿈꿨다. 대학원 기숙사에서 취미로 작은 화분을 키우다가 말라죽은 걸 보고 공학지식을 활용해 ‘스마트 화분’을 개발했던 게 농업계로 발을 들이게 된 첫 계기였다. 2018년 7월 아이오크롭스를 창업해 농업 솔루션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농업 분야는 아무리 AI를 잘하는 회사라도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면 성과를 내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아이오크롭스가 솔루션 개발뿐만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자체 농장을 운영한 후 데이터 활용이 쉽고 기술 시험 적용도 편리해 기술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고 했다. 그는 생산과 기술 역량을 모두 갖춘 농업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많은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회사는 아이오크롭스가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최근 7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어디에 투입할 예정입니까.
A: 지금은 농장을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임대 형태의 모델을 더 확장해 2~3개까지 늘릴 생각이고요. 또 자체 농장 만드는 일에도 착수할 겁니다. 저희가 직접 경영하는 저희 소유의 농장인 거죠. 올해 지역을 선정하고 부지 매입을 할 계획입니다. 착공은 내년에 들어가고요.
Q: 임대와 직영 농장을 둘 다 운영하게 되는 건가요.
A: 스마트팜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인데 저희는 레버리지, 곧 기존에 지어져 있는 시설들을 임차해서 들어가는 형태로 초기 투자 비용들을 낮출 수 있었어요. 그런데 농장주랑 이제 수익을 나눠야 되잖아요. 그럼 회사 수익은 줄어들게 되는 거죠. 저희는 임대 모델과 자체 농장 형태를 하이브리드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Q: 현재 농장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습니까.
A: 일반적인 농장의 경우에는 농장 주인 또는 재배사라고 경력이 많은 농업 전문 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 보냈어요. 전문가들이 서울에서 원격 관리를 하기 때문에 시설물 관리, 작업 인력 관리만 현장에서 합니다. 농업 재배 경험치가 많지 않더라도 운영이 될 수 있는 거죠.
Q: 본사 전문가들은 여러 농장을 동시 운영할 수도 있겠네요.
A: 네. 원격 관리를 하는 전문가들은 다수의 농장들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한 지역에 집중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농장을 분산시킬 수 있고요. 초보자가 농사일에 진입하려면 전문 재배사를 채용해야 하는데 그 경험치를 낮출 수가 있어요.
Q: 본사에 있는 전문 인력들은 어떤 기술을 통해 농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나요.
A: 스마트팜엔 환경 제어기라고 불리는 장비들이 있습니다. 자동 제어 설비들인데 여기에 저희 솔루션을 통합시킵니다. 기존의 자동 제어 설비에 있는 데이터를 추가하는 거죠. 그러면 원래는 사람이 해왔던 의사결정들, 즉 난방 설정을 몇 도로 할지, 환기 설정을 어떻게 할지, 커튼을 언제 열고 닫을지에 대한 가이드가 나옵니다. 그 가이드를 보고 원격 관리자가 최종 판단을 하는 거죠. Q: 주변 농가에 비해 생산량이 많았다고 하는데 비결은 뭡니까.
A: 데이터 기반으로 병해충을 미리 관찰하니까 병해충을 잘 막을 수 있었고요. 또 투입을 효율적으로 했습니다. 예컨대 양액은 투입할 때 아무리 많이 넣어도 식물 생장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거든요. 목 마를 때 물을 넣어주거나 광합성을 가속해야 되는 타이밍에 온도 관리를 더 잘해준다거나 하는 효율 개선이 있어요. 보통 농사 경험이 많아야 가능한 부분인데 저희는 농사를 한 번도 안 지어본 회사가 베테랑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Q: 이런 기술이 적용됐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초보 농부, 농업에 진입하시는 분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겠네요.
A: 제조업이랑 비교해서 표현하자면 저는 농업은 제조업화가 많이 안돼 있다고 생각해요. 농산물이라고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같은 산업인데 굉장히 소규모의 영세한 식당을 운영하는 것처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동안은 노하우가 축적돼야지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인데 저희는 생산 공정들을 표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장에 적용된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말씀드렸던 환경 제어와 관련된 의사결정 기술이 있고요. 두 번째는 작물 상태를 비전 기반으로 판단하는 기술입니다. 경험이 많은 농부들은 농장에 들어가서 작물들을 쭉 보면 튼튼하다, 다음 주에는 물량이 되게 많이 나올 것 같다 등등을 판단해요. 그런 것처럼 카메라가 센서로 눈 역할을 대신해서 사람이 비정량적인 판단을 했던 것을 잎의 면적이 몇 제곱센치미터이고, 과실들의 개수를 봤을 때 평당 몇 킬로그램이 매달려 있고, 다음 주에 생산량은 어느 정도로 예상이 된다, 같은 판단을 할 수 있어요. 데이터로 자동으로 나옵니다. Q: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을 갖출 수 있었습니까.
A: 직접 운영하는 농장들로부터 얻었습니다.
Q: 데이터를 축적할 시간이 필요했겠네요.
A: 온실은 유리나 비닐로 돼 있기 때문에 외부 날씨에 영향을 받잖아요. 표준화하기가 더 어려워서 기술 진입 장벽이 되게 커요. 아무리 인공지능을 잘하는 회사가 있어도 축적된 데이터가 없으면 못 합니다. 농장 운영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글로벌하게도 저희가 유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생산을 하면서 기술 개발의 속도를 훨씬 더 가속화시키는 겁니다.
Q: 직접 농장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도 있었습니까.
A: 저희가 직접 농사를 짓기 전에는 데이터만 가지고도 농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 있었거든요. 실제 운영을 해보니까 작업자 관리가 너무 중요하더라고요. 농장은 제조업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산 관리 영역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요. 또 최근에 전기 값이 오르면서 농가도 타격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체 에너지 발굴에 대한 니즈, 예를 들면 폐열을 활용한 스마트팜 같은 걸 고민하게 됐어요.
Q: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A: 로봇입니다.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 자동주행 로봇을 도입해 작물 상태를 관찰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가지치기 같은 농작업 자동화까지 전환이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건데, 이걸 현장 레벨에 맞게끔 누가 가장 먼저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사람 대비 얼마만큼의 노동 효율이 나오느냐는 로봇 산업에서 항상 극복해야 될 과제고, 저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Q: 다른 기술 스타트업과 비교해서 농업 분야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점이 있을까요.
A: 융합인 것 같아요. 창업하기 전에 스마트팜 연구센터에 있었는데 그때도 농업이랑 테크의 결합이 어려웠어요. 사람들 언어부터 달라요. 융합 역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농업의 특징은 정책과 밀접해요. 정부에서 얼마큼 지원해 주는지에 따라서 성과가 다르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잘 받았던 농가들은 급성장하기도 합니다.
Q: 기술 인재들이 농업 분야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A: 민간에서 저희 같은 기업에서의 숙제라고 보는데 상용화를 빨리 해내야 합니다. 기술 인력들은 내가 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회사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도 확장해나가고 우리의 기술이 세계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죠.
Q: 애그테크에 관심 많은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무조건 빨리 매출을 내라는 겁니다. 그게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지라도 매출이 나오게 되면 돈의 흐름도 조금 더 보게 되고,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익 모델이라고 판단되면 빨리 바꿀 수가 있어요. Q: 아이오크롭스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까.
A: 글로벌한 농업 기업을 생각하면 델몬트, 제스프리, 돌(Dole) 같은 곳을 생각하는데 거기는 테크 기업의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여기에 테슬라 아마존 같은 기업을 합친 것 같은 기업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단순한 생산자라기보다 생산을 하면서도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