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 최초 5G 타이틀이 무색했던 'MW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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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기술 제대로 뽐낸 中·日·유럽“작년만 해도 외국 기업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나름 빨리 따라오네’ 싶었어요. 올해는 ‘우리가 배워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이 악물고 달려야"
선한결 산업부 기자
지난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을 둘러본 한 통신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5세대(5G) 통신은 한국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갖고 글로벌 선례를 만들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인공지능(AI), 오픈랜(개방형 무선통신망), 6G 정보통신 등 차세대 기술 대부분에서 더 이상 한국 기업이 기술 우위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들 분야에선 선두로서가 아니라 후발주자로서 이 악물고 달려야 할 때”라고 쓴소리했다.전시 현장에서 느껴진 분위기도 그랬다. 정부가 세계 최초 도입 구상을 앞서 밝힌 6G는 외국 기업들이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화웨이(중국), NTT도코모(일본), 노키아(핀란드), 에릭슨(스웨덴), 텔레포니카(스페인) 등 주요 기업은 전시 전면에 6G 기술과 활용 청사진을 내세웠다.
6G는 아직 국제 기술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시장 주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21년 약 1900억원짜리 R&D 프로그램을 내놨다. 작년 말에야 나선 후속 사업은 6253억원 규모다. 2020년 목표치(9760억원) 대비 35% 깎였다.
MWC에 나온 중국 기업들은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신제품도 잇따라 공개했다. 더 이상 저가 경쟁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프리미엄 제품을 들고나와 선도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다. 일부 모델은 삼성전자의 비슷한 기종보다 가격이 높은 정도다. 삼성이 ‘폴더블은 우리가 원조’라고 외치든 말든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받을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올해 MWC에서 상을 받은 국내 기업은 SK텔레콤뿐이다. 작년 세계 주요 통신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선정한 최고상(CTO 초이스)을 받은 삼성전자는 올해 빈손으로 돌아갔다. CTO 초이스를 비롯한 주요 상은 거의 미국, 중국, 일본 기업이 나눠 가졌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5G를 상용화한 나라다. 하지만 다음 10년간에도 같은 위치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새 시장을 노리고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도 R&D와 투자를 서둘러 기술 우위를 이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