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수 엘리트의 '기회 독점'이 피렌체 몰락 불렀다

부의 빅 히스토리

마크 코야마 외 지음
유강은 옮김 / 윌북
408쪽│2만4800원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는 개방적인 무역을 바탕으로 12~13세기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경제 번영은 문화 번영으로 이어졌다. 약 150년 뒤 이 지역에서 르네상스가 꽃핀 배경이다. 그랬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어느 순간 쇠퇴한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학 교수들이 쓴 <부의 빅 히스토리>는 성공에 도취한 도시국가의 엘리트들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배 엘리트들은 자신과 후계자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진입 장벽을 높였다. 피렌체에선 산업과 정치를 소수 가문이 독점했다. 베네치아에선 권력을 잡은 상인 엘리트들이 정해진 사람만 무역을 할 수 있게 했다.16세기 경제 강대국이던 스페인이 네덜란드와 영국에 주도권을 내준 원인도 비슷했다. 스페인은 국왕이 식민지 무역을 독점했다. 소수 엘리트를 위해 무역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민간의 활발한 상업 활동이 어려웠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달랐다. 의회가 힘을 갖고 국왕을 견제했다. 저자들은 “행정 권력을 제한하는 제도가 경제 성장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원제는 <세상은 어떻게 부유해졌나: 경제 성장의 역사적 기원>이다. 지리, 제도, 문화, 인구, 식민주의 등이 경제 성장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설명한다. <총, 균, 쇠> 같은 책을 읽었다면 익숙한 내용이 많다. 여러 연구 결과를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