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율하는 나날들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
▲ 조율하는 나날들 =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조현병은 10여 년 전까지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2011년 관련법이 개정되며 명칭이 바뀌었다.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환자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조율되지 않았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들은 흉악 범죄와 연결 짓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제때 치료받지 못했다. 책은 대만계 미국인 소설가 에즈메이 웨이준 왕이 조현병으로 고군분투한 삶을 생생하게 담았다.

조현정동장애 진단을 받기까지의 여정, 정신질환자로서 아이를 기르는 고뇌, 병에 따른 계급이 있는 정신병동의 현실 등 작가의 삶을 흔든 고통의 흔적이 스며있다.

작가는 더 나아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 논쟁, 조현병과 범죄 사건, 정신질환 학생의 대학 시스템 부재 등 사회적 이슈를 경험에 근거해 풀어내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다. 그는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정신병동에 입원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후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2016년 '천국의 국경'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9년 펴낸 이 책은 미국 타임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북트리거. 300쪽.
▲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 = 윌리엄 블레이크 지음. 김천봉 옮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시를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잡스는 생전 "블레이크의 메시지는 창조적인 정신이 모든 사람에게 살아 있고, 그것이 우리를 위해 작동하도록 하려면 단지 마음을 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18~19세기 낭만주의 시조를 이끈 블레이크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앨런 긴즈버그 등 작가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밥 딜런, 짐 모리슨 등 현대 대중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책은 블레이크의 시 64편을 7개 주제로 나눠 수록한 작품집이다.

그의 시는 해석이 어렵고 문학작품과 성경 구절 등 배경지식을 요구해 접근이 어려웠지만, 이 책은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고 상세한 해설을 더했다.

블레이크 특유의 예언자적이고 선지적인 경구는 현대인에게도 지혜를 준다.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보려면,/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 영원을 담아라'('순수의 전조' 중)
아이콤마. 19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