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줄어도 가구는 늘어난다?… 270만호 주택공급의 함정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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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기본적인 부동산 수요는 인구 수에서 비롯됩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투자하면 부동산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은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분들에게는 부정적인 뉴스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매입단위는 '가구'라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엄마 한 채, 아빠 한 채, 아들 한 채 씩 구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구당 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주택자가 꽤 되지만 이들의 경우에도 매입의 의사결정은 가구단위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부동산수요 파악할 때 인구수도 중요하지만 가구수를 따져봐야 합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공급정책 "재검토해야"
"가구수 증가율, 예상보다 폭 줄고 있어"
우리나라 인구는 3년 연속으로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2022년)의 경우 자연감소 인원은 12만3800명으로 역대 최대규모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1500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인구 감소 폭이 두드러지지만 부동산 시장은 큰 흔들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가구수는 여전히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를 보면 2039년까지는 2387만 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 2050년이 되면 51.3%로 2020년 48.9%보다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전망은 향후 15년간은 수도권 주택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가구수는 늘어난다지만 증가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된 가구수 증가는 2020년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드는 중입니다. 2020년 전국의 가구수 증가율은 2.72%로 지난 10년간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서 작년에는 0.99%로 1%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상황은 더 나쁩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었지만 가구수는 2020년 2.09%까지 증가합니다. 하지만 2021년 0.18%로 가구수 증가는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아직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단기간의 판단이지만, 하락률이 너무 가파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구수가 더 이상 늘지 않거나 과거 예측했던 증가율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현재와 같은 주택공급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270만호 주택공급계획 또한 전면적으로 수정해야합니다.가구수 증가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증가하는 가구의 대부분은 1인가구이기 때문입니다. 1인가구를 바탕으로 세우는 주택공급계획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가구에서 분화되는 가구로 인해 실제 가구수가 과다 계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서도 2020년 31.2% 수준이던 1인가구의 비중이 2050년에는 39.6%에 이른다고 예상했습니다. 2050년이 되면 서울을 포함해 9개 시도에서 1인가구의 비중은 40%를 넘을 것이란 전망입니다.가구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부동산 부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큽니다. 부동산 부문의 경우에도 예전에 주택보급률 계산방식을 바꾸는 계기도 1인 가구 수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가구수 전망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좀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 집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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