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치열한 전쟁, 같이 싸워줄 무기 '치료제'[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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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비만과 건강 문제는 현대인의 오래된 관심거리 중 하나입니다. 생활환경은 과거보다 풍요로워졌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는데요. 공부하는 아이들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직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으나 모두가 원하는 소위 신의 직장은 제한적이라 실질적인 경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비만 직간접 경제적 비용 2조 달러 추산
'삭센다', '위고비' 대표적 치료제로 부상
마운자로 임상결과 고무적…"2032년 1000억달러 판매" 전망 나오기도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바쁜 그들이 짧은 시간내에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언가를 먹는 것입니다. 부모들의 응원과 사랑도 맛있는 음식으로 표현되기 일쑤다보니, 당 떨어지면 공부 안된다는 말을 늘 빼먹지 않습니다. 지난 20년간 청소년 고도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이 급속히 증가하게 된 원인입니다.물론 비만의 원인이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않아 컴퓨터만 쳐다보는 대부분의 사무직원들은 운동부족으로 항상 비만이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한 유전적 요인이나 질병도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체중이 늘어나기 쉬운 유전적 소인을 보유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신진대사나 신체의 음식과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 조절 기능, 지방의 저장과 소모 등에서 유전적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쿠싱증후군 등 특정 질병도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드는 비만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항상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수렵시절에는 비만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비만은 생존에 불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나친 체지방을 갖는 비만은 다양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요. 먼저 제2당뇨병, 심장병,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다양한 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수면 무호흡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늘어난 체중이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비만은 정신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우울증이나 낮은 자존감의 원인이 되어 원만한 사회생활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매킨지 글로벌(McKinsey Global Institute)이 발간한 리포트에 의하면, 2020년 기준 비만의 직간접적 경제적 비용은 2조달러, 글로벌 GDP의 2.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비만과의 힘겨운 싸움에 원군을 자처한 것이 비만치료제입니다. 1923년 설립되어 인슐린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삭센다와 위고비가 대표적인 비만치료제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63개국에 론칭된 1일 주사제형 삭센다를 주 1회 제형으로 개발한 것이 위고비입니다. 2021년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발매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위고비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지속적인 공급부족 사태를 빚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노보 노디스크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 상반기 그리고 하반기에 각각 추가적인 생산시설을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위고비의 높은 판매량은 임상명 STEP 임상3상의 인상적인 체중 감량 효과 때문인데요. 위고비로 68주 동안 지속적으로 치료한 환자는 평균 16.9%의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022년 4월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ay)는 위고비를 뛰어넘는 비만 임상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바로 임상명 SURMOUNT-1 비만치료물질 마운자로의 임상 3상 결과입니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환자 또는 적어도 1개 이상 동반질병을 보유한 과체중 성인환자 2539명을 대상으로 72주(18개월)간 마운자로(15mg)를 투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균적으로 22.5%의 체중 감소효과를 보여 위고비를 앞섰습니다. 당연히 임상결과는 시장의 환호와 주가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A)는 2032년 마운자로가 세계 첫 연간 1000억 달러 이상 판매되는 거대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비만 중에서도 특히 조심해야 되는 부위가 복부로 일명 뱃살입니다. 복부비만은 복부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서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자 35.4인치, 여자 33.5인치 이상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분포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뉘게 되는데, 특히 내장지방은 대사증후군과 함께 전세계 성인의 20% 이상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2022년 7월 siRNA(small interfering RNA)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중견 나스닥 상장사 앨라일람(Alnylam Pharmaceuticals, Inc.)이 복부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8년 설립된 영국의 생물의학 데이터베이스 UK Biobank에 저장된 35만명의 전체유전자와 건강정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의 희귀 변이가 신체비만지수와 관련이 있다는 밝혀낸 것입니다. 간에서 발현되는 타깃 단백질 Activin E를 원천적으로 저해하기 위해 INHBE 유전자의 전사체인 mRNA (messenger RNA)를 siRNA로 제거함으로써 복부비만을 치료한다는 계획입니다. 데이터 분석기관인 GlobalData는 만일 앨라일람이 INHBE 전사체 제거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복부비만을 비롯한 다양한 대사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어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우리나라 비만율은 증가 추세입니다. 유전적 요인과 질병으로 인한 비만은 관리가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지속적인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같은 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 하더라도 성장한 환경과 생활습관에 따라 다른 후성유전적 환경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후성유전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염기서열의 변화없이 나타나는 유전자 기능의 변화가 유전되는 현상입니다. 좋은 생활습관이 후천적으로 유전적 기능을 바꿀 수 있고, 바뀐 후성유전적 환경이 다음 세대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사람하기 나름이다 라는 말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얘깁니다.
처음부터 우리 몸속의 수용체를 강제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기대기 보다는 유전자의 기능까지 바꿔보겠다는 독한 마음가짐으로 비만과 맞서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걷고 달리다 보면 모든 것이 바뀌어 있을 겁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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