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표 사태 이후 '부결' 인증만…일단 숨죽이는 '샤이 비명계'

공개적으로 '이재명 사퇴' 목소리는 안내…李도 적극 소통 대상 삼을 듯
사법리스크·지지율 하락 지속시 원내대표 선거서 주류에 반기 들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발생한 '무더기 이탈표' 사태로 불거진 민주당 내홍 사태 이후 당내 '샤이 비명(비이재명)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단일 대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지도부를 당혹하게 한 표결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의총 등에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샤이 비명계가 움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그대로 안고 가서는 격전지인 수도권 등에서 내년 공천에 패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가진 이들 샤이 비명계가 무효 또는 기권표로 '경고 메시지'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도 비명계가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적극적 반명(반이재명)'과 기권·무효표를 던진 '샤이 비명'으로 갈라져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명 인사로 분류되는 이상민·조응천 의원은 내홍 사태로 친명계의 비판이 커진 이후에도 방송에 나와 이 대표 거취 표명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샤이 비명계는 대체로 물밑에서 숨죽이는 양상이다.

강성 지지층의 이탈표 색출 작업 결과,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의미의 '수박' 명단에 오른 샤이 비명계 중 상당수는 오히려 자신이 부결표를 던졌다고 인증까지 하는 상황이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탈표'를 던진 이들은 뭉쳐 있는 집단이 아니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무표·기권표는 찬성표와는 또 다른 중간지대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들은 표결 후 당원들의 반발에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들을 지렛대 삼아 이 대표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명'과는 결이 다른 '샤이 비명' 인사들을 이 대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포용하느냐에 따라 비명계 세(勢)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샤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비명계 의원들 소통에도 더 적극성을 띨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인사를 주요 당직에 기용하는 '탕평책' 등도 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될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 지지율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경우, 샤이 비명계도 다시 한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 계기로는 당장 다음 달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가 거론된다.

샤이 비명계가 물밑에서 뭉쳐 구심점이 될만한 원내대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친명계 중심의 현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우선 당 지지율 추이와 한두 달간의 흐름을 봐야 이재명 대표 체제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