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주택'보다 '역세권 실버주택'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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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최근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들이 큰 손해를 볼 것 같다고 난리입니다. 고금리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폭등했지만, 정작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수요자인 청년들의 외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원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의 규제를 완화하고 체계적으로 개발해 만 19세 이상~만 39세 이하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민간임대주택입니다. 월 소득과 자산에 제한이 있는 대신 임대보증금의 일부를 무이자로 지원해줍니다. 임대료도 주변 시세보다 10% 저렴하고 전세 사기 걱정 없이 입주 후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어 초기에는 경쟁률이 높았습니다.문제는 사업자와 청년층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자들은 금리 부담에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만큼 사업 초기에는 사업자가 약간의 손해를 보고 10년 뒤 매각해 수익을 보전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사업 초기 감당해야 할 손해가 크게 늘었습니다. 임대료를 올릴 수도 없기에 늘어난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새로 입주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와 임대료 재산정 논의가 이뤄진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살기에는 비싼 가격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청년들도 역세권 청년주택이 반갑기만 하진 않습니다. 이전보다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기료, 난방비 등이 폭등하면서 역세권 청년주택 1.5실 관리비가 20만원을 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임대료도 시세보다 저렴하다곤 하지만, 신축 건물 기준이기에 비쌉니다.
대학가에서는 한 달에 70만원만 내면 삼시세끼를 차려주는 하숙집이 다시 유행한다고 합니다. 공유형 주거의 인기도 높아졌습니다. 온종일 쓰지도 않는 거실과 주방 등을 다 갖추고 비싼 임대료를 내느니 1인실 30만원, 2인실 20만원 등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나머지는 공용으로 쓰겠다는 겁니다.청년들의 역세권 선호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버스 도착 시간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해 지하철로 갈아타는 게 불편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더 비싼 가격에 역세권에 사느니 버스 한 번 더 타더라도 저렴한 비역세권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 50만 가구가 추진되는 등 임대보다는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정책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정작 역세권 주택이 필요한 것은 65세 도시 노인들입니다. 지하철 이용을 선호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고 기력도 부족한 탓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버스 기사들도 노인을 태울 때마다 혹여나 넘어져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실버타운에 가고자 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비싼 임대료 탓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 공급되는 실버타운은 임대주택이면서 보증금이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이고 생활비도 매달 수백만원에 달합니다. 도심에 위치한 실버타운은 부유층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입니다. 비교적 저렴하고 좋다고 소문난 실버주택은 대부분 외곽에 있고, 최근에는 분양도 안 됩니다.지하철역 주변의 역세권에 청년이 아닌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주거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부 지원으로 도심에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정작 요양병원이 필요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 주거 정책은 별로 없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공실버주택 사업을 하지만, 도심 역세권이 아닌 지방에 공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역세권 실버주택을 마련, 분양받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동시에 저층에는 공동식당과 내과 등 병원을 입주시켜 실버세대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역세권 실버주택을 공공실버주택 사업과 연계하여 대도시형 역세권 공공실버주택사업으로 만들면 급증하는 노인 세대의 주거 걱정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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