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3500억원으로 잠실경기장 재탄생…기업 키워야 할 이유 많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본격 진입한 중요 계기로 평가받는다. 해외여행 자유화 같은 개방 조치도 이 양대 행사 때 단행됐다. 수출 한국, 소득 3만달러, K시리즈 한류의 국제화 같은 성취 기반이 이런 대형 국제 행사를 계기로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감동의 주 무대인 잠실종합운동장 재정비안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종합운동장이 마이스 복합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와중에도 올림픽 주경기장은 역사적 기념 가치와 건축물 특성이 감안돼 살아남는다. 이번 서울시 계획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주경기장 리모델링 사업 재원이 현대자동차가 내는 공공기여금 3500억원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차는 인근에 새 본사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거액의 부담금을 내게 돼 있다. 근래 GBC 건설 세부안에 변경 요인이 생기면서 공공기여금 확정치도 변할 수 있지만, 8년 전 서울시의 GBC 건설 계획 승인 때 산정된 기여금은 1조7000억원을 넘었다. 그중 일부가 주경기장 리모델링에 쓰이고 영동대로 지하도시 건설에도 투입된다.기업을 필두로 민간 사업자가 대규모 사옥이나 사업장을 건설하면 공공기여금을 낸다. 교통혼잡 유발, 환경훼손 가능성 등에 따른 책임 차원이다. 취득·보유세 등 세금과 별개의 준조세다. 서울 123층 롯데월드타워 바로 앞 송파대로 지하의 넓고 편리한 광역버스환승정류장도 그렇게 완공됐다.

기업의 공공기여 내지는 사회공헌이 이렇게 다양하게 이뤄진다. 기업을 키우고 민간사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이 47조원을 넘지만, 쓸 곳이 많아 늘 부족하다고 고민한다. 국가예산 사정은 더 어렵다. 기업을 잘 키우면 서울시와 정부의 이런 고민이 수월하게 해결된다. 더구나 기업은 법인세 외에 종사자의 소득세로 세금에 관한 한 2중 납부를 한다. 잠실경기장의 재탄생에서 도시의 진화를 견인하는 기업의 힘과 역할을 거듭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