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이 EDA 무관심"…10년간 한우물 판 토종기업 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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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 대표, IPO 도전장챗GPT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설계 및 테스트 등을 자동으로 지원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EDA 생태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력 분석 EDA툴을 개발하면서 10여 년간 고군분투한 업체가 있다. 토종 EDA 기업 바움이 그 주인공이다.
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준환 바움 대표(사진)는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 제대로 된 EDA 업체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미시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다 EDA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3년 바움을 창립했다.바움은 반도체 설계 시 소모되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EDA 소프트웨어(SW) ‘파워 바움’과 ‘파워 워젤’을 개발해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및 디자인하우스에 공급하고 있다. 바움 SW의 강점은 기존 제품 대비 분석 속도가 최대 1000배 빠르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LX세미콘, 파두, 퓨리오사AI, 에이직랜드 등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기세에 눌려 EDA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EDA 시장에서 미국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독일 지멘스EDA 등 상위 3개 사가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바움 등 서너 곳의 EDA 업체만 활동하고 있다.10년간 EDA에 몸담은 끝에 지난해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바움은 해외시장 공략,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과거 인텔, 퀄컴처럼 몇몇 회사가 설계를 독점할 때는 EDA업계 고객사가 한정됐지만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고객사가 크게 늘었다”며 “한국의 EDA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