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투표율 47%…'역대급 흥행' 누구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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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뛰어넘은 여당 전대 열기새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책임당원 투표율이 이틀 만에 47.51%를 나타냈다. 기대 이상의 높은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를 놓고 후보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7일까지 투표…최종 60% 전망
金 "진흙탕 전대에 당심 폭발"
安 "침묵하던 당원 분노 표출"
千 "젊은 세대가 윤핵관 심판"
5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틀간 모바일 투표에 책임당원 83만7236명 중 39만780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투표 첫날인 지난 4일 29만710명(투표율 34.72%)에 이어 5일에도 10만 여명이 추가로 투표에 참여했다.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은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한 2021년 최종 투표율(45.36%)을 이미 넘어섰다. 당시 32만8000명이었던 책임당원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올해 투표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118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최종 투표율(37.09%)을 압도하는 수치다.
국민의힘은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6~7일 전화 ARS 투표를 한 뒤 8일 전당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ARS 투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돼 최종 투표율은 6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높은 투표율에 대해 당대표 후보들은 ‘아전인수’식 반응을 내놨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후보는 이날 “(경쟁 후보들이)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거나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당심이 폭발한 것”이라며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김기현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을 안정적으로, 확고한 리더십 위에 세워놓을 사람을 적극 지지해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당원들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반면 안철수 후보는 “침묵하고 있던 다수 당원의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당원들이 ‘대선에 공이 있는 사람을 적으로 몰아친다’ ‘총선 승리의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등의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하람 후보는 “(높은 투표율의 의미는) ‘천하람 태풍’이라고 말씀드린다”며 “모바일 투표에서 높은 투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의힘 개혁을 바라는 젊은 세대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가짜 주인 행세를 심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평가도 엇갈린다. 우선 모바일 투표는 젊은 층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 후보와 천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현역 의원 및 지역 당협의 지지를 업고 있는 김 후보가 동원할 ‘조직표’의 비중이 낮아진다는 점도 변수다. 당 관계자는 “지역 조직을 통해 움직일 수 있는 당원은 최대 20만 명 정도”라며 “나머지 당원들은 안 후보나 천 후보 등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김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이에 ‘대선 연장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지난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을 목격한 국민의힘 당원들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맹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