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때리는 권성동, 전대에 목소리 내는 장제원…엇갈린 행보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오른쪽)과 권성동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조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대조된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당대표 불출마 이후 침묵하던 권 의원은 노동 개혁 등 정부 정책과 야당 비판에 주로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장 의원은 '당정일체' 등 전당대회 관련 현안에 계속 목소리를 높인다. 한때 ‘윤핵관 브라더’라고 불리던 이들이 전대 이후에도 각기 다른 정치 행보를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권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노조 때리기’와 대야(對野) 비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건설노조의 폭력과 불법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건폭’이 맞다”고 적은 데 이어 24일에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민노총은 미약한 자정작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의 회계 투명성 논란을 제시하는 등 지난달에만 양대노총을 향한 비판 글을 4건이나 올렸다. 권 의원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노조 정상화는 윤석열 정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정책 현안이다. 이밖에 권 의원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비롯해 야권이 강행 추진한 ‘노란봉투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여권의 최대 현안인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같은 윤핵관인 장 의원의 행보는 이와 대조된다. 그간 장 의원은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반윤 우두머리’ 발언과 ‘당정일체론’ 등을 비롯해 전당대회 국면 초기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무총장 내정설’이 불거져 지난달 2일 “차기 지도부에서 어떠한 당직도 맡지 않겠다”며 페이스북 활동을 중단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장 의원은 지난 2일 김학용 의원의 의정보고회에서 축사로 나서 “대통령과 함께 할 당 지도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하람 당대표 후보의 공천개혁안에 대해 “(그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견제구를 날렸다. 13일에도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탄핵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김기현 후보 발언에 대해 "당정이 분리돼서 충돌했을 때 정권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강조한 발언”이라고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책 현안과 대야 투쟁에 집중된 권 의원의 행보는 기존 윤핵관 의원들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대 기간 동안 윤핵관 행보를 두고 당안팎에선 비판이 적지 않다. 장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반윤 우두머리’, ‘비겁한 반윤’이라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을 당시에는 김 후보 측 조차 장의원에게 “의견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천 후보 등 비윤계 중심으로는 ‘윤핵관의 불출마, 험지출마’ 요구까지 터져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전대를 거치면서 장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당내 여론이 늘었다”며 “권 의원은 친윤계 핵심 인사라는 인식은 유지하되 부정적인 윤핵관 이미지는 벗어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 첫 모임에서 권성동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틀어진 두 사람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권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각 지역 조직을 정비하고 여의도 인근에 선거캠프 사무실을 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렸다.하지만 ‘친윤계 당권주자’로 권 의원과 김 후보가 거론된 상황에 장 의원이 김 후보와의 연대를 택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친윤계 핵심이자 중앙대 동문인 두 사람은 서로 ‘브라더’라고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다.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이 주도하던 공부모임 ‘민들레(국민공감 전신)’ 활동을 권 의원이 공개 비판하면서 부터 두 사람 관계가 틀어졌다”며 “현재는 연락조차 안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대 이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정치 행보를 밟을 것이란 시각이 짙다. 당내 한 의원은 “직접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김 후보가 당선되면 장 의원이 당직 인선 등에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대 이후 분열을 수습 하는 데 권 의원이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며 “전대가 끝나면 지금보다 두 사람이 보다 적극적으로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