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운데 탄소배출권은 金값

유럽 배출권 t당 100유로 안팎
석탄값 하락·풍력발전 감소 영향
"다음 겨울엔 150유로 가능성도"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t당 가격이 100유로 안팎으로 치솟았다. 늦겨울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의 석탄 발전 수요가 늘어난 여파다. 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150유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지표 분석 매체인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3일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의 t당 표준가격은 97.09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올랐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16일 102.04유로로 사상 처음 100유로를 돌파한 뒤 21일 105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도 100유로에 근접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3년간 5배 올랐다”며 “100유로는 기업들이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투자를 고려하게 할 만한 가격”이라고 보도했다.

뒤늦은 유럽의 강추위가 배출권 가격을 끌어올렸다. 유럽의 이번 겨울은 따뜻한 편이었지만 지난달 말부터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S&P글로벌은 “북·서유럽과 남유럽의 기온이 이번 주에도 평년보다 낮을 것이란 예보가 배출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 발전 감소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21년 EU 지역은 풍력으로 발전량의 13%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엔 풍량이 줄면서 이 비중이 일시적으로 8% 수준까지 줄었다.

여기에 중국의 수요 둔화로 석탄 가격이 내려가면서 석탄 발전의 매력이 커졌다. 로테르담 석탄 선물(4월물) 가격은 지난 3일 t당 131.75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53.75달러)보다 63%나 낮다. 석탄은 가스보다 탄소배출량이 약 두 배 많은 오염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겨울엔 탄소배출권 가격이 150유로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