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실제 쓰는 기업 2.7% 불과…"기술 가져와도 다룰 전문가 없어"

AI 전사 키우자
(2) 산업계 AI 활용 더딘 이유

중소·중견社 AI 도입 엄두 못내
현장서 쓰려면 표준화 필요한데
비용보다 사람 없는 게 더 '문제'

AI 플랫폼은 빌려 쓸 수 있지만
인력은 그렇지 못해 '육성' 절실
데이터 관리 전문지식 교육해야
< AI로 제조 공정 점검 > LG전자 엔지니어가 경남 창원의 LG 스마트파크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제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7%. 인공지능(AI)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기업 비중이다. 산업 현장에서 AI가 필수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는 기업은 드물다는 뜻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이 문제다. 이들은 AI를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지만, AI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력 부족이 더 큰 이유다.

AI 이용률은 아직 2%대

AI 인재 육성과 확보가 산업계의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혁신을 통해 불량률을 줄이고, 제조 효율을 경쟁사보다 얼마나 빨리 개선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기술·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2.5%에서 2021년 2.7%로 소폭 높아지는 데 그쳤다. 현장별로 변수가 많고 표준화가 어려운 데다 이를 해결할 인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대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액 중 AI와 빅데이터 투자에 11.85%를 할애하는 등 AI에 대한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 비중이 1.66%에 불과하다. 중견기업(1.94%) 사정도 중소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이유는 여러 가지다.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규격화, 표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의 산업 현장은 엔지니어의 ‘감(感)’에 의존하는 공정이 많아 AI 도입이 쉽지 않다. AI를 도입할 수 있는 공정이 무엇인지, 해당 공정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IT 기업들이 내놓는 솔루션이 적지 않지만 활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며 “우리 회사에 필요한 AI 공정이 어떤 것인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보니 어느 IT 업체를 접촉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AI, 이젠 필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조건으로 AI와 데이터 관리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내부 인력을 꼽는다. 내부 인력이 AI 구동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어느 분야에 AI를 도입할지, 업무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플랫폼은 부차적인 문제다. 대기업처럼 자체적으로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가장 좋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국내외 빅테크 기업이 만든 플랫폼을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주요 대기업이 어떤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공장 가동 일정을 정하고 불량품을 잡아내는 데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제일 많다. LG이노텍은 기판 소재의 제조 공정 불량 검사를 자동화해 판정 정확도를 48%에서 91%로 개선했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계획, 원재료 단가 등 공정에 필요한 조건을 입력해 석유화학 공정 일정을 최적화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마케팅에도 AI를 활용한다. 북미 지역의 넉 달 후 가전 수요를 AI로 예측하는 데 적중률이 70%에 달한다. 마케터들이 수작업으로 표본을 추출했을 때(57%)보다 수요 예측이 정확해졌다.중견기업들은 예약 확인, 만족도 조사 등 고객과의 소통이 필요한 업무를 AI 플랫폼에 맡기는 것으로 AI와 인연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린나이코리아, 신일전자, 수다커머스 등 9개 기업은 KT의 자동 상담 시스템인 ‘아센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70%의 예약확인 전화를 KT의 보이스봇으로 대체해 상담사 3명 중 2명을 다른 직무에 전환 배치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