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 브레멘필, 브람스의 모든 것 들려줄 것"

인터뷰 - 브레멘 필하모닉 마르코 레토냐 음악감독

한-독 수교 140주년 첫 내한

브람스가 지휘하며 사랑한 악단
1868년 '독일 레퀴엠' 초연하기도
내달 25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브람스로 꽉 채운 레퍼토리

짙은 음색·풍부한 표현력까지
"인간 브람스의 매력 보여줄 것"
슬로베니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61)가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라보라예술기획 제공
‘3B’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독일이 낳은 3대 작곡가’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 브람스(Brahms)를 클래식 애호가들이 한데 묶어 쓰는 말이다. 이 중 막내인 브람스는 단 하나의 음도 허투루 쓰지 않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그를 설명하는 대표 수식어가 치밀함, 신중함, 절제가 됐을까. 그런 그가 자신의 작품 초연을 아무에게나 맡길 리 없었다. 그 곡이 평생의 스승 슈만과 어머니의 죽음을 기리는 곡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브람스의 깐깐한 눈높이를 충족시키며 1868년 세기의 대작 ‘독일 레퀴엠’을 처음 연주한 ‘전설의 악단’이 처음 한국을 찾는다. 200년 전통의 독일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과 독일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다음달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브람스가 사랑한 악단’ ‘브람스가 지휘한 악단’답게 브레멘 필은 이번 내한공연 레퍼토리를 모두 브람스 곡으로 채웠다. ‘대학 축전 서곡’으로 막을 연 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첼리스트 문태국 협연)을 거쳐 브람스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4번)으로 문을 닫는다.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61)는 브람스 곡으로 레퍼토리를 채운 이유에 대해 “브레멘 필의 DNA에 깃든 ‘브람스 정신’을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방한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레토냐는 “브람스는 자신이 만든 곡을 브레멘 필을 통해 표현했다”며 “브람스가 직접 지휘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이 전수돼 브레멘 필은 지금도 브람스의 짙은 음색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브레멘 필은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할 때 그가 전하고자 했던 섬세한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왜곡이나 과잉 해석 없이 브람스의 뜻을 온전하게 전하죠. 브람스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악단도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레토냐는 이번 공연에서 ‘인간 브람스’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젊은 날 브람스는 자신감 없는 청년이었습니다. 평론가의 비판에 깊은 상처를 받는 음악가였죠. 그랬던 그가 성장하면서 음악적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들려 드릴 겁니다.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과 선율을 통해 브람스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죠.”

1825년에 설립된 브레멘 필은 궁정이나 교회가 아닌 시민이 만든 악단이다. 200년 가까이 권력의 간섭 없이 독립적인 예술 활동을 펼친 셈이다. 1933년 브레멘 주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됐다. 브레멘 필하모닉이란 이름을 쓴 건 2002년부터다.

“독특한 설립 배경 덕분에 브레멘 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살려내는 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연주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지요. 연주를 듣다 보면 브레멘 필의 이런 특성들이 묻어 나옵니다. 그래서 이들과 연주할 때면 항상 가슴이 뛰죠.”레토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젤 오페라 극장 등에서 음악감독을 지낸 베테랑 지휘자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7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의 첫 내한 공연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레토냐는 “서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도시”라며 “한국 청중의 엄청난 집중력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탓에 오랜 기간 해외 연주 활동을 중단했던 브레멘 필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흥분된다”며 “브람스의 정신을 온전히 살려내는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현/조동균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