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환경부 '문턱' 넘었지만…주민 갈등에 경제성 논란 '장애물'도

2035년 1단계 완공…성산읍 일대에 건설

사업비 6조6674억원 투입
연간 1992만명 수용 목표
조만간 기본계획 공개

환경단체 반발 거센데다
여객수요 예상대로일지 의문
'최종 관문'까지 난관 많을 듯
환경부가 6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론을 내렸다. 2015년 11월 10일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지 약 8년 만이다. 국토부는 제주 2공항 기본계획의 장애물이었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

제주 2공항 탄력, 제주도 내 갈등 변수

환경부 동의로 제주 2공항 건설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 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은 다 마무리된 상태로 환경부 절차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긍정적 결과가 나온 만큼 고시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기본계획을 이른 시일 안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계획 고시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과거 전북에서 논란이 된 새만금국제공항은 국토부가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른 협의를 마친 뒤 지방자치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고시하기까지 4개월가량 걸렸다.

기본계획이 고시됐다고 해도 제주 2공항 건설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항을 짓기 위한 설계 단계에서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협의 기관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도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문제는 이 과정이 만만찮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 내에선 2공항을 둘러싸고 찬반이 나뉘었는데, 환경부 결정을 계기로 이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환경부는 국토 파괴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국토부의 2중대”라고 반발했다. 반면 제주도 관계자는 “2공항 건설에는 6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제주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2공항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 9개 언론사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021년 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반대가 찬성보다 2.9~7.3%포인트 높게 나왔다. 하지만 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만 보면 찬성(한국갤럽 64.9%, 엠브레인 65.6%)이 더 많았다.

경제성 우려도

경제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제주 2공항은 1단계로 2035년까지 1689만 명을 수용하고, 2단계인 2055년까지는 1992만 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1단계에선 국내선 전용으로 기존 제주공항은 국내선 50%, 국제선 100%를 담당하고, 2공항은 국내선 50%를 맡는다. 2단계에서 제주공항은 국내선 52.19%, 국제선 43.33%를, 2공항은 국내선 47.81%, 국제선 56.67%를 담당한다.제주 2공항 건설엔 총 6조667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국토부 기본계획수립용역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5조3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4000억원, 취업유발효과 5만441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경제성이 충분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의 2015년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0.58에 달했다. B/C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 제주공항을 잘 활용하면 항공기 운항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의 연구 결과를 용역 보고서에서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검토에서는 B/C가 1.23으로 떨어졌고, 2018년 국토부가 추진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에선 1.039까지 내려갔다. B/C가 1 이상이긴 하지만 그동안 늘어난 사업비를 감안하면 경제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비는 2019년 국토부 기본계획 수립 땐 5조1200억원이었지만 이번 환경부 발표 땐 이보다 1조5000억원 넘게 증가했다.제주공항은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과 함께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공항이다. 하지만 제주 2공항 건설로 승객이 분산되면 제주공항은 물론 제주 2공항까지 수익을 내기가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곽용희/유오상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