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2兆 베팅…하이브에 '錢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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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글로벌 성장위해 강수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수면 아래서 준비해온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원의 제동으로 신주 인수가 좌절돼 일단 전열 정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정면승부를 택했다. 승기를 잡았던 하이브는 초비상이다. 경영권을 사수하려면 보유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승자의 저주’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하고 오는 3월 주총에서 카카오에 우호적인 현 경영진이 유임되면 4508억원을 들여 15.78%의 지분을 확보해 놓고도 경영에 손을 쓸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승기 잡았던 하이브 '초비상'
더 높은 가격에 추가매수 나서나
SM엔터 주총서 이사진 교체 추진
방아쇠 당긴 카카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이날 공개 매수를 전격 결정한 건 부진한 하이브의 공개매수 결과가 확인되면서다. 하이브는 지난달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 주식 23만3817주를 인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분율 0.98%로 당초 목표치인 25%(595만1826주)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이브는 지난달 이수만 전 총괄로부터 인수한 14.8%에 더해 15.78%의 SM엔터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 전 총괄이 향후 하이브에 팔 것으로 예상되는 잔여 지분 3.65%까지 합하면 총 지분율은 19.43%다.카카오 측은 35%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이브가 내놨던 주당 12만원 대비 25% 높은 15만원을 제시했다.
카카오엔터 ‘마지막 승부수’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SM엔터 공개매수를 강행하기로 한 건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SM엔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카카오엔터는 2015년까지만 해도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포도트리(카카오페이지 전신)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사업이 없었다. 이후 영화·드라마 제작사(영화사 집, 영화사 월광, 글라인, 사나이픽쳐스, 글앤그림미디어)와 연예기획사(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안테나), 음악 레이블(스타쉽, 크래커)을 차례로 사들였다. 현재 계열사만 41곳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3751억원을 올리며 하이브(3분기 매출 1조2426억원) CJ ENM(1조1785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했다.이런 카카오엔터와 ‘비욘드 코리아’를 지향하는 카카오의 입장에서 마지막 남은 퍼즐은 ‘글로벌 성장’이었다. 카카오엔터는 일본 내 픽코마의 성장, 북미 타파스엔터테인먼트 인수, 동남아에서 웹툰서비스 개시 등 스토리 부문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나타냈지만 다른 사업에선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의 핵심 캐시카우인 멜론은 국내 1위 음원플랫폼이자 음원유통사업자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엔터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해선 SM엔터 인수가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이브의 반격은?
하이브는 지금까지 카카오에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고, SM엔터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협력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어디까지나 SM엔터의 최대주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원칙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넘보면서 양측의 전면전은 불가피해졌다.하이브도 카카오가 제시한 이상의 가격으로 재차 공개매수를 단행해 지분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동시에 오는 31일 주총에서 카카오에 우호적인 현 경영진을 견제하고 자신들의 추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차준호/하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