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명장] 산업현장 기술·노하우, 후학에 전수…정종민 교수

조선소 현장 기술자에서 폴리텍대학 교수로…"인재 양성에 재미와 보람"
기능장 자격 4개 보유, 박사학위 취득…"조선업에 인재 유입되도록 역할"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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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발휘되는 기술은 단기간에 익히기 어렵지만, 일단 내 것이 된다면 자신만의 강점이 될 수 있어요. 평생 직업을 갖게 해주는 그런 기술은 취업난이 극심한 이 시대에 더 가치가 큽니다.

"
정종민(41)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교수(산학협력처 센터장)는 한때 산업현장에서 활약한 기술 명장이었고, 지금은 미래의 명장을 양성하는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시작해 교육자가 된 그의 이력은 이채롭고, 이제 4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라서 그 미래가 더 기대된다. 인천 출신인 정 교수는 '앞으로는 지식인보다 전문 기술이 우대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중학교 졸업 후 실업계 고교 진학을 결정했다.

아들의 대학 진학을 원했던 그의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정 교수는 기술인으로서 직업을 갖고 대학에도 진학해 어머니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결의를 강하게 다졌다.

정 교수는 고교 3학년 때 전국기능경기대회 판금 종목에 출전했지만, 아쉽게 입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행히 당시 현대중공업이 대회 입상자와 함께 미입상자에게도 채용 기회를 제공한 것이 좋은 계기가 됐다.

정 교수는 입사 후 기술교육원에서 훈련에 매진한 끝에 이듬해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다만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고교 선배에게 밀려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다.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정 교수는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전공 분야인 판금 대신 철골 구조물로 종목을 변경, 다시 국제기능올림픽 선발전을 준비한 것이다.

훈련에 몰입한 그는 2003년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 철골 구조물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얇은 철판을 다루는 판금과 달리 철골 구조물은 두꺼운 후판과 파이프 등을 다루는 분야여서, 새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노력에 대한 성과를 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고, 특히 어머니의 눈물이 떠올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보통 국제대회까지 4년 정도 걸리는데, 저는 7년이 걸렸어요.

시간이 길었고 올림픽 금메달은 놓쳤지만,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과 확신을 얻었으니까요.

"
선박 엔진 관련 기계를 조립하고 철골 구조물을 만드는 현장 부서에서 활약했던 정 교수는 2008년부터 기술교육원에서 기술훈련을 담당하게 됐다.

과거 훈련생 신분으로 배움에 매진했던 교육원에, 이제 후배 기능인들을 육성하는 중책을 맡아 복귀한 셈이다.

10여 년의 기술교육원 근무 기간에 정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파악해 교육 과정을 기획·설계·운영하는 업무의 중요성과 재미를 제대로 알게 됐다.

이 기간 스스로 역량을 개발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은 그는 용접, 판금제관, 배관, 에너지 관리 등 분야의 기능장 자격도 차곡차곡 모았다.

또한 대학 진학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정 교수는 학업도 병행해 울산과학대학 산업경영 학사, 부경대 금속공학 석·박사 학위 등도 잇따라 취득했다.

기술교육의 가치를 절감한 정 교수는 2019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인정받는 산업현장 기능인의 자리를 내려놓고, 폴리텍대학 교수에 지원한 것이다.

"폭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도전했습니다.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에서의 업무가 만만한 것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기회가 됐어요.

그 경험과 노하우를 더 많은 학생에게 전수하려 합니다.

특히 현재 산학협력을 담당하면서 산업현장이 필요로하는 기술을 파악해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데, 과거 현장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가령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용접 작업이라도 작업 환경, 온도, 자재에 맞추고, 선주나 선급이 요구하는 기준에도 부합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식이죠."
산업현장 명장을 거쳐 교수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지만, 정 교수는 아직 젊다.

그 역시 현재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면서, 목표를 향한 다음 스텝을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4개의 기능장 자격증이 있는데, 그보다 등급이 높은 기술사는 없어서 계속 노력할 겁니다.

더 넓은 범위에서 목표는 산업 부문에서나 지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현재 울산시 동구가 구성한 특별위원회 소속으로 조선업 인력 유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이 힘들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땀의 가치를 느끼며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조선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조선업이 울산과 함께 성장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