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크리스퍼가위 치료제 탄생 가시화…불붙은 CGT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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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크리스퍼·버텍스 이달 허가 신청 전망세계 최초의 크리스퍼가위 기술을 적용한 유전자치료제의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세계 첫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블록버스터 치료제(연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가 탄생하는 등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5개 이상 CGT 허가 기대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이 공동 개발 중인 유전자편집 치료제 ‘엑사셀’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이 이달 이뤄질 전망이다. 엑사셀은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TDT)과 겸상적혈구병(SCD) 치료제다. 지난해 12월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에도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받으면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가위 유전자편집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치료제가 된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는 지난해에 11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가 됐다. CAR-T 치료제가 연매출 10억달러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바이오협에 따르면 CGT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임상 및 인허가가 진행 중인 분야다. 올해 미국에서 최대 14개 세포·유전자치료제의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중 최소 5개 이상이 허가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특정 세포나 유전자를 조작해 체내에서 질환을 예방 및 치료한다. 세포치료제는 체내 세포를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자체를 대상으로 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재조합단백질, 2세대 항체 치료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적응증은 종양뿐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뤄진 벤처캐피탈의 글로벌 투자 중 3분의 1 가량이 세포·유전자치료제 플랫폼 기술에 이뤄졌다. 지난 1월 기준 진행 중인 임상도 2220여개에 달한다. FDA는 지난해 9월 세포·유전자치료제 담당부서인 ‘OTAP’를 ‘OPT’로 확대 개편하고 100명의 심사관을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도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에 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월 세포·유전자치료제 바이오벤처인 진스크립트프로바이오의 이동수 미주 지역 책임자를 영입했다. 또 연내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M&A를 최소 1건 이상 성사시킨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분투자를 진행할 수도, 합작사를 설립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했다.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바이젠셀은 자체 확보한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임상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외 종근당과 지씨셀 등도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고부가가치 기술이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에게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SK팜테코가 인수한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의 2공장은 내년 초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유전자치료제 분야 선두를 목표로 미국 시러큐스를 인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다만 억대를 넘나드는 세포·유전자치료제의 높은 가격, 부족한 전문인력, 까다로운 승인 심사 등은 난관이다. 제조공정이 어렵기 때문에 대표적인 세포치료제로 꼽히는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를 처방할 수 있는 병원은 국내에 5곳에 불과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술의 난도가 높은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대부분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실제 제품 개발까지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대규모 집중 지원과 산·학·연·병·관의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74억7000만달러에서 2026년 555억9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6일 16시 1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