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배우는 도시재생] ②방치된 발전소가 세계적 미술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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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한 템스강 남쪽의 화력발전소 개조한 테이트모던 미술관
세인트폴대성당 연결한 밀레니엄 브리지와 함께 남북 균형발전 첨병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 템스강을 사이에 둔 런던 강북과 강남의 불균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1천 년여 전인 11세기 초에 런던의 강북이 영국 수도가 되면서 시작된 남북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졌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였다.
런던의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 주요 공원, 고급 주택가는 지금도 대부분 템스강 북쪽에 몰려있다.
반면에 남쪽은 영국 해상무역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면서 부두와 창고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섰고, 20세기 중반에는 그 기능을 잃으면서 주거와 생활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
테이트 모던은 그런 런던 강남의 낙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 가운데 하나였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런던 한복판 템스강 남쪽에 세워졌던 화력발전소였다.
1940년대에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시대적 역할을 다하면서 1981년 문을 닫았다.
템스강을 따라 155m 길이에 폭 35m, 높이 35m 규모로 건립된 거대한 건물이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골칫거리였고, 주인을 찾지 못한 채 20년이 넘도록 방치됐다. 장기간 방치된 거대한 건물은 민간 미술재단인 테이트 재단의 눈에 띄면서 극적인 변화의 주인공이 된다.
방대한 소장품을 제대로 전시하지 못해 분관을 건립하려던 테이트 재단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우연히 이 화력발전소에 주목하게 된다.
대형 미술관으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큰 크기에, 런던 한복판의 강가라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이점을 간파한 것이다.
강북으로는 곧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맞바라보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며, 낙후한 주변 지역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더구나 당시 런던의 주요 박물관은 대부분 강북에 있었던 만큼 문화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상징성 또한 매우 컸다.
148개 팀이 참가한 국제 현상설계를 거쳐 미술관의 설계안이 확정됐고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설계안은 무엇보다 화력발전소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데다 근대 건축물로서의 상징성도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99m 높이의 발전소 굴뚝도 그렇게 살아남아 테이트 모던의 상징물이 됐다.
건물 내부 역시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오히려 이를 여느 미술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능하게 했다.
건물 밖에는 다양한 녹지공간과 광장, 강변 산책로를 만들었고 강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올 수 있도록 전체적인 동선을 디자인했다.
템스강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수변형 공원을 조성해 좌우의 사우스 뱅크와 런던시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2000년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연간 방문객이 600만명을 넘을 만큼 대성공을 거두며 영국박물관, 국립미술관과 함께 런던 최고의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2016년에는 기존 건물에 붙여 10층 규모의 새로운 미술관을 신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은 런던 남북의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방치된 템스강변에 활기를불어넣고 무너져내린 지역을 되살리는 첨병 역할까지 도맡았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강 맞은편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잇는 '밀레니엄 브리지'의 건립은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내는 화룡점정이됐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맞아 영국 정부가 국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수립한 여러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남북 불균형을 해결하며 낙후한 남쪽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폭 4m의 보행자 전용 다리로 건립됐다.
밀레니엄 브리지의 완공으로 런던 최고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남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테이트 모던은 걸어서 10분이며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로 인해 하루 1만5천명 이상이 밀레니엄 브리지를 통해 양쪽을 넘나들며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남북 통합의 구심점 역할까지 하게 됐다.
/연합뉴스
세인트폴대성당 연결한 밀레니엄 브리지와 함께 남북 균형발전 첨병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 템스강을 사이에 둔 런던 강북과 강남의 불균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1천 년여 전인 11세기 초에 런던의 강북이 영국 수도가 되면서 시작된 남북의 불균형은 갈수록 심해졌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였다.
런던의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 주요 공원, 고급 주택가는 지금도 대부분 템스강 북쪽에 몰려있다.
반면에 남쪽은 영국 해상무역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면서 부두와 창고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집중적으로 들어섰고, 20세기 중반에는 그 기능을 잃으면서 주거와 생활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
테이트 모던은 그런 런던 강남의 낙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 가운데 하나였다.
테이트 모던은 원래 런던 한복판 템스강 남쪽에 세워졌던 화력발전소였다.
1940년대에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시대적 역할을 다하면서 1981년 문을 닫았다.
템스강을 따라 155m 길이에 폭 35m, 높이 35m 규모로 건립된 거대한 건물이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골칫거리였고, 주인을 찾지 못한 채 20년이 넘도록 방치됐다. 장기간 방치된 거대한 건물은 민간 미술재단인 테이트 재단의 눈에 띄면서 극적인 변화의 주인공이 된다.
방대한 소장품을 제대로 전시하지 못해 분관을 건립하려던 테이트 재단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우연히 이 화력발전소에 주목하게 된다.
대형 미술관으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큰 크기에, 런던 한복판의 강가라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이점을 간파한 것이다.
강북으로는 곧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맞바라보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며, 낙후한 주변 지역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더구나 당시 런던의 주요 박물관은 대부분 강북에 있었던 만큼 문화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상징성 또한 매우 컸다.
148개 팀이 참가한 국제 현상설계를 거쳐 미술관의 설계안이 확정됐고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설계안은 무엇보다 화력발전소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데다 근대 건축물로서의 상징성도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99m 높이의 발전소 굴뚝도 그렇게 살아남아 테이트 모던의 상징물이 됐다.
건물 내부 역시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오히려 이를 여느 미술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능하게 했다.
건물 밖에는 다양한 녹지공간과 광장, 강변 산책로를 만들었고 강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찾아 들어올 수 있도록 전체적인 동선을 디자인했다.
템스강으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수변형 공원을 조성해 좌우의 사우스 뱅크와 런던시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2000년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연간 방문객이 600만명을 넘을 만큼 대성공을 거두며 영국박물관, 국립미술관과 함께 런던 최고의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2016년에는 기존 건물에 붙여 10층 규모의 새로운 미술관을 신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은 런던 남북의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방치된 템스강변에 활기를불어넣고 무너져내린 지역을 되살리는 첨병 역할까지 도맡았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강 맞은편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잇는 '밀레니엄 브리지'의 건립은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내는 화룡점정이됐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맞아 영국 정부가 국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수립한 여러 계획 가운데 하나였다.
남북 불균형을 해결하며 낙후한 남쪽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폭 4m의 보행자 전용 다리로 건립됐다.
밀레니엄 브리지의 완공으로 런던 최고의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남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을 자랑하는 테이트 모던은 걸어서 10분이며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이로 인해 하루 1만5천명 이상이 밀레니엄 브리지를 통해 양쪽을 넘나들며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남북 통합의 구심점 역할까지 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