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제' 개편…與 "근로자들 삶의 질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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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모두발언국민의힘은 정부가 '주 최대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 제도를 바쁠 경우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편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름철 얼음 공장 추가 근무 꼭 해야"
"기업 경쟁력 강화해 청년 일자리 창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편의 방안은 근로자를 보호하고 기업이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동반성장이 핵심"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 시간 상한제는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산업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급조해 도입된 제도로, 노사 모두 불만과 비효율이 심각했다"고 했다.성 의장은 '주 69시간 장기 노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비판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특수한 경우에는 연장근로가 늘 수 있지만, 다른 주는 줄어들게 되며 추가해 근무한 시간은 향후 근로자들이 얼마든지 나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개편한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의 주문이 밀리거나 얼음 수요가 많은 여름철 얼음 공장은 추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성 의장은 "현행 주 52시간 노동 시스템에서는 추가 근로를 하면 불법"이라며 "노동자도 회사도 모두 손해다. 일감이 들어올 때 일해야 회사가 성장하고 근로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과해 일한 시간은 주, 월, 분기, 반기, 연간에서 근로자가 충분히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 것"이라며 "이는 세계추세에 맞춰 노동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전체연장근로시간은 줄여나간 제도로서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한 선진시스템이다. 당연히 추가 연장근로는 노사합의사항"이라고 부연했다.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도입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해선 "연장근로나 휴일 근무 등으로 일한 시간의 1.5배 이상을 적립해 총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장기휴가 등 다양한 여유시간을 즐기도록 설계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10시간을 더했다고 하면 1.5배인 15시간을 근로자가 휴식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바쁠 경우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이 담긴 '근로 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 근로 시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먼저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운영 방식이 도입될 경우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은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다만 근로자 건강권을 위해 연장근로 한도를 줄였다.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근로 시간 관리 방식이 바뀌면 주 단위 근로 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많거나 몰리는 주에는 근로 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이론상 최대 69시간 근무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11시간의 연속 휴식 시간을 보장받는 경우에 한한다.정부는 근로자들이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한다. 이는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길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또 출퇴근 시간, 주 4일제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은 근로 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 네 가지 원칙하에 추진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런 개편안을 두고 야권에서는 '기업 필요에만 맞추겠다는 개악'이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를 통해 OECD 최장 노동시간 국가란 오명을 겨우 벗어나고 있는데, 다시 윤석열 정부는 장시간 노동 회귀를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 할 만큼 건강권, 노동권에 치명적인 노동 개악"이라며 "일을 시키는 건 현금, 휴식은 어음으로 하겠다는 교언영색이고, 사실상 사용자가 주도하는 노동시간 선택권, 연속 집중 노동을 합법화하는 건 정부가 국민을 과로와 위험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