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민연금 지급액 5.1% 늘었지만 인플레 헤지는 '뒷전'

지급액 작년비 1조6800억 증가
물가연동국채 벤치마크 등 부족
물가 상승으로 올해 국민연금이 지급해야 할 연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기금 운용을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 전략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벤치마크를 수정하고 물가연동국채나 대체투자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지급액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난해(2.5%) 대비 2.6%포인트 오른 5.1%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지급해야 할 연금액은 지난해보다 약 1조6800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급등으로 연금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자금 운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5대 자산군(국내주식·국내채권·해외주식·해외채권·대체투자) 가운데 대체투자 자산군만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벤치마크에 설정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자산군은 인플레이션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을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해외 연기금이 물가연동국채를 벤치마크에 편입해 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은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팁스)에 자산의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고채 투자 규모의 약 0.67%, 국내 채권 투자 금액의 0.28%인 8500억원을 국내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내채권 부문은 자체적으로 설계한 벤치마크(Customized Index)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벤치마크는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 비중에 따라 투자하도록 한다. 국내 시장에서 전체 국고채 중 물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연금도 낮은 금액만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에 해당하는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주식과 채권의 동반 부진에 따라 대체투자 비중이 크게 높아져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6.1%로 올해 말까지 맞춰야 하는 목표 비중(13.8%)을 2.3%포인트 웃돌고 있다. 목표치를 맞추려면 대체투자 자산을 팔아야 한다.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국민연금의 대응이 느린 편”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의제화해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