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가세…셈법 복잡해진 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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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파트너스, 공개매수 제안 요청남양유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차파트너스는 회사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공개매수(주당 82만원)를 통해 자사주로 사달라고 제안하면서 홍 회장에겐 의결권 위임을, 한앤코엔 안건 찬성 협조를 요청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를 감사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홍 회장과 한앤코 모두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주주총회 전 차파트너스에 접촉해 조율을 시도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일반주주 지분 50% 매입해달라
내달 주총전 양측 합의 시도할듯
홍 회장측, 명예회복 차원에서
제안 수용 후 용퇴할 가능성도
감사 선임 요청은 한앤코에 부담
남양유업 인수 후 불편한 동거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주식 2만447주(지분율 3%)를 가진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전체 주주들에게 공개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본격적인 캠페인에 들어갔다. 차파트너스는 상법상 주주제안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다음달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차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요청은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홍 회장으로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사실상 한앤코를 카운터파트로 보고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와 인수합병(M&A)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하면서 남양유업 새 주인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홍 회장은 대법원 상고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미미하다. 홍 회장이 남양유업 대주주로서 소액주주를 위해 주주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차파트너스 판단이다. 그간 주주들의 권리 회복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회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주고 용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홍 회장 결정에 거부권을 가진 한앤코다. 한앤코에 차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은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M&A가 지배주주에만 이득이 되고 있다는 점이 주주제안 취지의 근거가 됐다. 차파트너스는 앞서 2021년 7월 홍 회장이 한앤코에 지분 53%를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SPA를 철회하면서 분쟁이 발발,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었으니 이들에게도 지분 인수가(주당 82만원)와 동일하게 M&A 프리미엄을 공유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과거 일부 PEF 운용사의 상장사 인수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도 일반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된 사례가 있다”며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처럼 지배주주 변경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주주로 남을지 투자를 회수할지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남양유업은 순현금자산이 풍부한 데다 부동산 자산도 많아 공개매수 자금 총 1916억원을 마련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게 차파트너스 설명이다.
한앤코에 가장 큰 부담은 감사 선임 카드다. 차파트너스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을 역임한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감사 선임 표 대결에선 대주주 지분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3% 지분을 확보한 차파트너스 측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SM엔터테인먼트 사례에서 보듯 행동주의 펀드의 감사 선임은 대주주에 큰 부담이 된다”며 “차파트너스 측 감사가 선임되면 한앤코 입장에선 남양유업을 인수한 뒤에도 불편한 시어머니 한 명이 생긴 격이라 부담”이라고 말했다.홍 회장과 한앤코가 주총 전 차파트너스에 접촉해 주주제안 안건들을 놓고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령 공개매수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대신 감사 선임 안건은 무르는 식이다.
한앤코로선 공개매수 안건을 역으로 이용해 추후 남양유업을 자진 상장폐지하는 안을 고려해볼 가능성도 있다. PEF는 상장기업을 인수할 때 가능하면 자진 상폐로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성공해 지분 89%를 확보한 UCK 컨소시엄(유니슨캐피탈코리아·MBK파트너스)도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다. 코스닥시장은 상장폐지 규정에 최소 취득 지분율이 별도로 제시돼 있지 않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남양유업은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폐 추진 시 최대주주가 최소 95%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