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FCP, KT&G 주총 인삼공사 분할 가처분 취하

FCP, KT&G 주주총회 9개 안건 상정
"이사회 협조 거부로 인삼공사 분할 가처분 취하"
"제안 포기 아냐…주주제안 전략 재정립"
FCP의 KT&G 캠페인 영상 '인삼에게 자유를'. 사진=비사이드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에 요구한 안건 11개 중 9개가 주주총회에 상정됐다고 7일 밝혔다. 안건들 중 인삼공사 분리상장과 1조16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등 2개는 제외됐다.

앞서 FCP는 지난달 17일 KT&G 본사 소재지인 대전지방법원으로 올해 KT&G 정기 주주총회 관련 안건 11개에 관한 의안상정가처분을 접수한 바 있다.회사에 따르면 KT&G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 9개는 △차석용, 황우진 후보자 사외이사 추천 △차석용, 황우진 후보자 감사위원 추천 △평가보상위원회 정관 명문화 △주당 1만원 배당금 △자사주 소각 등이 포함됐다.

FCP는 진행 중인 의안상정가처분 사건에서 '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 신청 가처분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상현 대표는 "KT&G측이 인삼공사 분할계획서 등은 이사회 및 경영진의 협조가 있어야 주주총회에 올릴 수 있는 안건이라고 반박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며 "FCP 역시 이에 대한 KT&G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지난해 10월부터 분할계획에 대해 수차례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FCP는 작년 10월 26일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주제안을 공개하고 이사회에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구했지만 KT&G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다른 주주제안 안건 제안 사례가 보통 그해 1~2월에 절차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른 시점에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주주총회 이전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지난 10월부터 주주 논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이사회가 검토하지 않은 안건은 주주총회 안건이 될 수 없다는 '태만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야말로 '민영화 삼형제' 중 맏이 격인 KT&G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주주가 선임한 이사들이 인삼공사 인적분할이 주주가치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애써 외면하며 절차적인 문제만 운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했다"고 했다.

덧붙여 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의 가처분 신청 취하가 '주주제안 전략의 재정립'에 해당할 뿐, 제안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잉여현금 6조원을 쌓으며 주주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 고작 1~2년간 주주에게 다른 회사만큼 환원했다는 이유로 과거를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