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읽힌 리브 샌박의 '모래폭풍', 새로운 길 찾을까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리브 샌드박스의 클로저(이주현, 왼쪽)와 윌러(김정현) (제공=LCK)
리브 샌드박스의 '모래폭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지난 3일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3 스프링 7주 차 경기에서 리브 샌박은 광동 프릭스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5일 KT롤스터에도 패했다. 1라운드부터 2라운드 초반까지 한화생명 e스포츠, KT롤스터, 디플러스 기아 등을 연달아 잡아내며 ‘모래폭풍’을 이어오던 리브 샌박은 2라운드의 T1 전 패배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최근 리브 샌박이 힘을 못 쓰는 이유로 '승리 플랜'의 단순함이 꼽힌다. 지난 5일 KT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류상욱(류) 리브 샌드박스 감독은 “항상 해온 '승리 플랜'이 있는데 그것 말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는 것을 느낀 경기였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리브 샌박의 '승리 플랜'은 기본적으로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가 함께 움직이며 바텀 라인을 키우는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이기는 가장 전형적인 방식이다. 경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큰 틀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입증하는 지표가 리브 샌박의 첫 번째 드래곤(용) 획득 비중이다. 리브 샌박은 이번 시즌 게임 시작 후 15분까지 평균 용 처치 횟수가 1.14회인데 이는 리그 1위인 T1(1.18회)에 이어 2위일 정도로 높은 수치다. 반면 전령 처치 횟수는 0.68회로 리그 최하위권이다. 대형 오브젝트인 드래곤은 바텀 라인 근처에 있는 만큼 바텀 라인에 더 힘을 쏟는 팀이 첫 번째 용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 리브 샌박이 그만큼 초반 단계에서 바텀 라인에 집중하는 경기를 많이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브 샌박은 평균 용 획득 수도 2.38개로 리그 4위다. 그만큼 첫 번째 용을 시작으로 드래곤 스택을 쌓는 것을 중요시한다. 자연스레 리브 샌박의 경기 시간은 긴 편이다. 평균 경기 시간이 33분 23초로 리그 3위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이 좋은 리브 샌박 입장에서 오브젝트 앞 한타에서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전략이고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승리를 거뒀다.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는 상대방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이번 시즌 T1으로 대표되는 강팀들이 초반 포탑 다이브 설계 등 빠른 스노우볼에 기반한 전략 등으로 앞서가고 있는데 반해 리브 샌박은 너무 정직한 승리를 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팀들이 리브 샌박의 전략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3일 리브 샌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김대호(씨맥) 광동 프릭스 감독은 “오늘은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왔다”라며 “리브 샌박이 1, 3세트 첫 용싸움에서 손해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그런 점에서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리브 샌박이 첫 용을 중시하는 것을 다른 팀도 아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견제하거나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상대가 예측하지 못할 새로운 '승리 플랜'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오는 9일 2위 자리를 노리는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리브 샌박이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리브 샌박의 '모래폭풍'이 플레이오프를 넘어 더 높은 곳까지 계속되기 위해선 ‘경로의 다양화’가 절실해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