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끝 모를 '질주'…3월에도 계속될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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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업체, 시장 수익률 웃돌아최근 '박스피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차전지주는 상승 랠리중이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주가 'V자 반등'을 넘어 초강세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변동성이 확대된 점엔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잇따른 대형 수주·업황 전망 긍정적"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유의해야"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2월 6일~3월 6일) 사이 2차전지 대형주 LG에너지솔루션(2.24%)과 삼성SDI(9.38%), 포스코케미칼(3.08%)은 일제히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0.72% 떨어진 걸 감안하면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초과)했다. 코스닥 시장 내 2차전지주의 성장은 두드러졌다. 에코프로비엠은 90.18%, 엘앤에프는 20.56% 올라 코스닥의 상승률(6.48%)을 크게 웃돌았다.
"대형 수주 계약, 업황 전망 밝아 주가 상승"
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체들이 잇따라 수주 계약을 발표한 점이 투자심리를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케미칼과 엘앤에프가 각각 40조원, 3조8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미국의 포드,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혀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2차전지 업종의 전망이 밝은 점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KB증권은 지난해 575기가와트시(GWh)였던 2차전지 수요가 2030년까지 5149GWh로 늘어 2차전지 출하량이 연평균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출하량은 연평균 24% 증가할 것으로 봤는데, 배터리 시장이 전기차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도 배터리 용량이 큰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주행거리 및 자율주행 확대로 전력 소모량이 커져 전기차보다 배터리 시장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증권사에 따르면 BEV는 수소연료전기차(FCEV), 하이브리드전기차(HEV)에 비해선 40배 이상의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비해선 5배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향후 발표될 정책도 국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 IRA의 세액공제 가이던스(하위규정)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CRMA의 초안도 오는 14일 초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사들은 IRA 법안에 따른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공급망 확보 노력에 따라 국내 2차전지 업체의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전 연구원은 "IRA 세부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늘어나 EV 침투율이 확대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41조5000억원, 23조3000억원의 세금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책 불확실성·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부담 있어"
다만, IRA와 CRMA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기대와 달리 IRA가 예산을 명확히 제약하는 경우 한국 업체들이 북미 투자를 재검토하게 될 수 있다"며 "CRMA가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양극재의 원료인 리튬, 니켈 가격이 떨어져 상반기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실적이 저조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판가도 떨어져 수익성이 훼손된다는 판단에서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kg당 581.5위안으로 정점을 찍은 탄산리튬 가격은 최근 313.5위안으로 급감했다. 니켈 가격(런던금속거래소 기준)도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는 당분간 견조하겠으나, 리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양극재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연간 영업익 추정치는 6027억원이었다. 3개월 전 6761억원에 비해 700억원가량 줄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