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등장 멀었나…KTX열차입찰 현대로템 단독참여로 유찰

17년간 열차 제작 '독무대'…재입찰 때 우진산전 참여 여부 주목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신규 KTX 열차 도입을 위한 입찰에 현대로템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국내 중견기업 우진산전이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업체 '탈고'와 손잡고 17년간 이어진 현대로템의 독무대에 도전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불참했다.

7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감된 신규 고속철도차량(EMU-320) 136량 입찰에 현대로템 한 곳만 참여했다.

신규 열차는 KTX 인천·수원발 노선(16량)과 평택∼오송선(120량)에 투입될 예정이다. 추정 가격은 7천600억원이다.

코레일의 이번 신규 KTX 열차 입찰이 주목받은 이유는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고속철도 제작 업체 현대로템의 독점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업계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견업체 우진산전이 스페인 탈고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레일 철도차량 입찰에 해외업체가 참여한 것은 2005년 프랑스 알스톰 이후 없었다.

당시 알스톰은 현대로템에 밀려 탈락했고 이후 현대로템이 17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다.

코레일은 이번 입찰에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를 제작한 적 없는 업체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5개 업체 이하로 컨소시엄을 이룬 경우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대로템 외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철도차량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현대로템은 독점적 지위로 '가격 부풀리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고속차량 제작사가 단일업체다 보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독점의 폐해가 있다"면서 "혼자 참여해 유찰시키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내는 행태가 10년 넘게 반복되면서 정부는 독점사업자의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로템과 하청업체들은 잘못하면 국내 고속철 제작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였다.

코레일은 유찰 이후 바로 입찰 재공고를 냈다.

오는 14일 개찰이 이뤄진다.

업계에선 우진산전과 탈고 컨소시엄이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0년 연한에 다다른 KTX 노후차량 교체를 위한 신규 차량 발주가 2027년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4조원대 거대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이번 고속열차 발주는 그 전초전이라 놓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코레일과 SR이 같은 기종의 고속철도차량(EMU-320)을 발주한 만큼 결과에 따라 업계에는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과 SR이 각각 다른 업체에 고속열차 제작을 맡긴다면 운용 과정에서 두 업체의 '실력'을 그대로 비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업체가 제작을 맡는다면 차량 유지보수·정비 효율성을 놓고 경쟁이 생길 수 있다. SR은 열차 제작사가 제작과 유지보수를 한꺼번에 맡기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고 코레일은 기존처럼 제작된 열차를 받은 뒤 자체 유지보수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