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돼지똥 치우다 숨진 태국인 노동자…거주환경 '충격'

태국인 노동자가 지내던 숙소의 주방. /사진=연합뉴스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10년간 노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연합뉴스는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측이 사망 후 농장주에 의해 야산에 버려진 태국 국적 근로자 60대 A씨가 지내던 경기 포천시 돼지농장의 숙소를 찾았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센터 관계자들은 A씨의 숙소를 찾았다가 숨쉬기조차 힘든 악취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A씨가 살던 숙소는 돈사 건물 한쪽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작은 구조물로, 가로세로 3m 정도의 좁은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방의 절반 크기 정도의 열악한 주방으로 조성됐다.

10년간 이 농장에서 일한 A씨는 되재 1000여마리를 농장주 B씨와 둘이서 돌본 것으로 전해졌고, 돼지 분뇨를 치우거나 심야에 돼지를 돌보는 등 극도로 힘든 일들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인 노동자가 지내던 방. /사진=연합뉴스
불법체류자인 A씨는 관련 기관의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됐고, 고향에 있는 가족과는 종종 연락했지만, 이웃이나 같은 태국인들과의 교류는 드물었다.

김달성 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면서 "불법체류자는 가뜩이나 열악한 이주노동자 보호 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어 열악함을 말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퇴직금 미지급은 거의 관행이고, 임금도 제대로 안 주고 심지어 갑자기 사망하면 몰래 화장한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들린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에게 타살 정황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김 대표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망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A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농장주 B씨는 이날 구속됐다.의정부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2일 오전 A씨의 시신을 트랙터로 운반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의 아들 C씨도 입건해 시신 유기 범행을 함께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