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윤경림, KT 차기 CEO 최종 후보 선정…주총 통과할까(종합)

윤경림 KT 차기대표 후보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향후 3년간 KT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이 KT CEO 선임 절차를 수차례 지적했던 만큼,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찬반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7일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단독 추천한다고 발표했다. 이사진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사장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네 명의 향후 포부를 듣는 면접을 진행했다. KT 이사회는 "정관상 대표이사의 자격요건과 주요 이해관계자(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로부터 최적의 KT 대표이사 상(像)에 대한 의견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디지털 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경림, '변화·미래전략' 전문가

윤 CEO 후보는 1963년생(60세)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KT에 합류했다.

신사업 추진 전문가다. KT에 올 때도 신사업추진본부장을 지냈고 이후 CJ그룹에 기획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가 다시 황창규 전 회장 때 KT미래융합전략실장으로 돌아와서 글로벌사업 등을 맡았다. 2019년엔 현대차로 넘어가 오픈이노베이션 담당 부사장을 지냈고, 지난해 KT에 트랜스포메이션 담당으로 돌아왔다. KT 안에서 보면 그는 '정통 KT맨'이라기에는 외부에서 지낸 기간이 길다. 통신업보다는 새로운 사업에 더 밝은 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것이 통신업 비중을 줄여가는 KT에 필요한 리더십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사회 역시 그의 다양한 이력이 KT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 후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KT 이사회가 차기 사장 후보를 단독 추천했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추천된 후보가 통과될 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사회 VS 정부 대립각 지속

그러나 윤 후보가 순탄히 KT CEO 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연금에서 KT의 CEO 선임 절차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면서 이사회의 선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사회는 작년 11월 1차로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우선심사를 통해 연임을 결정했으나 12월에 구 대표의 요청으로 이를 '경쟁방식'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12월말 구 대표가 다시 단독 후보로 확정됐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을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공정하게 선임된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쐐기를 박은 건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 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면서 상황이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임을 공모 형태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사회 관점에서 보면 최초 연임우선 결정→경쟁방식으로의 변경→공개경쟁방식으로 원점 재시작하기까지 여러 차례 기존 결정을 번복해야 했다. 구 대표는 지난달 20일 마감한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지난달 23일 지원을 철회했다.공개경쟁방식으로 전환한 후에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권에선 KT가 후보자를 4명으로 좁히는 과정에서 KT의 전·현직 인사만 남은 것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의 원색적인 비판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며 KT를 압박했다. 특히 윤 사장과 신 부사장을 거명하며 '구현모 현 대표 측 인사'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CEO가 기업 오너같이 행동하는 데 대한 불만이 있다"며 "KT 내부에서 구현모 카르텔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CEO 선임 절차가 연기될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KT는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관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려고 노력했고, KT의 미래를 위해 가장 좋은 사람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나 여권에서 이를 두고 다시 문제를 삼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연금 반대할 듯.. 표대결 불가피


윤 후보의 최종 CEO 취임 여부는 이달 말 주총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최대주주(8.53%)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은 KT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동맹 관계를 구축했지만 정부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수는 43%(작년 9월말 분기보고서 기준)에 이르는 외국인 지분과 소액 주주(57%, 외국인 지분 포함)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기업가치가 최대 두 배 가까이 올랐던 만큼 현 경영진에 대한 외국인·소액 주주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CEO 최종 후보가 결정됐지만 3개월 넘게 미뤄진 조직 개편과 인사는 주총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주총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후보자에 대한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했다”며 “CEO 후보자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