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토마토 씨가 말랐다"…英, 1인 구매수량 제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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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 같지 않은 英 채소대란식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입길이 막혀 가격이 치솟거나 겨울만 되면 마트 매대에서 신선식품을 찾기 어려운 일이 반복된다. 영국 몽골이 대표적이다.
브렉시트로 EU 수입 줄어들고
우크라전쟁에 온실 난방비 급등
7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선 브렉시트,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촉발한 채소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토마토 씨가 말라 테스코 등 유통기업들이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에 제한을 둘 정도다. 영국 정부는 채소 공급이 정상화할 때까지 한 달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영국의 겨울철 채소 품귀 현상은 2020년대 들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영국은 1년 중 춥고 비 오는 날이 많아 농산물 생산이 쉽지 않은 나라다. 이에 따라 영국 내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절반가량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영국소매업컨소시엄에 따르면 채소류의 경우 날씨가 추운 1월에 토마토, 상추 등의 자급률이 10% 밑으로 내려간다.
2020년 브렉시트 전까지는 상당량을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어렵지 않게 들여와 겨울철 채소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탈(脫)EU’를 계기로 수입 장벽이 높아져 70%에 가까웠던 EU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60%로 낮아졌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전기·가스 요금이 배 이상 뛰면서 영국 내 온실 재배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몽골도 영국과 비슷한 이유로 채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몽골 역시 기후 등의 요인으로 나라 안에서 채소를 키우기가 쉽지 않아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 후 중국이 장기간 봉쇄정책을 펼치면서 채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영국 몽골 등의 사례는 식량주권을 놓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자급률이 1%도 안 되는 밀 등 곡물이 문제”라며 “식량안보를 가볍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방어벽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