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가 혜자했네"…도시락 반응 폭발에 덩달아 들썩인 곳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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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제조공장 매출 30%↑지난 8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우리델리카' 공장. 위생복을 입은 15명의 직원이 13m 길이 작업대에 길게 늘어섰다. 작업대 앞에서부터 도시락 케이스에 밥, 계란프라이, 제육볶음, 감자채, 나물, 김치를 차례대로 담는다. 뚜껑을 닫은 뒤 제조시간이 적힌 라벨을 붙이면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 뚝딱 완성된다. 이렇게 이곳에선 1분마다 20개의 도시락이 만들어진다.
GS25 덕분에 대출 받아 사업 시작
직원 100여 명 신규채용 계획
○‘김혜자도시락’ 인기에 공장 매출 30%↑
평소 이 작업대에서 일하는 직원은 10명 남짓이지만 최근에는 투입되는 직원 수가 늘었다. GS25가 지난달 출시한 '김혜자도시락 2탄'이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다. 이 공장은 경기 안산, 군포, 분당 등 경기 남부권역과 충북 공주, 청주의 GS25 점포에 들어가는 프레쉬푸드(FF)를 만든다. 생산 품목은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이다.프레쉬푸드를 만드는 공장의 생산라인이 3월 초부터 활기가 도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12~3월은 날씨의 영향으로 편의점 방문객 수가 저조한 시기로 꼽히기 때문이다. 외출이 줄어들며 편의점 냉장고에서 프레쉬푸드를 사 먹는 소비자 수도 감소해 제품을 만드는 공장 역시 '보릿고개'를 겪어야 한다.
편의점 방문객 수가 많아지는 4월부터 신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것이 업계의 '룰'이지만 GS25는 '메가 히트작'인 김혜자도시락 2탄을 지난달 15일 선보였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2016년 출시했던 김혜자도시락 1탄에 이어 호응이 폭발적일 것이라는 GS25의 예상은 적중했다. 김혜자도시락 2탄 출시 직후 2주간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직전 2주 대비 51% 증가했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은 편의점 일반 상품(담배 등 제외) 3500여 종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랐다. 도시락 주문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우리델리카의 2월 매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불어났다.
○GS25 덕분에 대출 받아 사업 시작…신규 채용도 진행
우리델리카 입장에선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것이 GS25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2014년 공장 법인 설립 당시 우리델리카는 설비자금 대출을 위해 금융권에 '연매출 300억원'의 목표액을 담은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신규 사업자가 해당 매출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 은행은 대출 심사에 난색을 표했다. 이때 GS리테일의 가공식품부문장이 은행 관계자를 직접 만나 예상 매출액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덕에 대출 심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초기 편의점 매출이 줄어 공장의 생산량이 감소했던 상황에서 GS25의 협조 덕에 매출을 보전했던 경험도 있다. 2020년 풀무원으로부터 샌드위치, 김밥, 샐러드 등을 생산해달라는 요청이 공장에 들어왔는데, 공장 측은 "현재 생산 중인 GS25 제품과 품목이 겹친다"며 생산 요청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GS25는 팬데믹으로 공장의 매출이 줄어든 상황을 고려해 풀무원과의 계약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현재 우리델리카 생산량의 10%는 풀무원에 납품하는 물량이다.우리델리카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을 당시 퇴사했던 인원만큼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이우주 우리델리카 대표(사진)는 "2020년 생산물량이 줄고 매출이 급감해 100여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며 "올해는 상시채용을 통해 줄어든 인원만큼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진천=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