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15만원 훌쩍…스텝 꼬인 카카오

공개매수 이틀만에 제시價 넘어
하이브 2차 공개매수 가능성 영향

'승자의 저주' 우려 제기되며
카카오·하이브 주가 동반 급락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종목명 에스엠) 공개매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개매수 이틀째에 SM엔터 주가가 제시한 가격(15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했듯이 하이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에 주가가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쟁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커지고 있다. SM엔터 주가가 오를수록 두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장중 16만원 넘기도

SM엔터는 8일 5.88% 오른 15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16만1200원까지 뛰어오르며 1년 신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전날 주가가 15.07% 급등해 14만9700원까지 오른 데 이어 이틀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공개매수 가격(15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기타법인의 움직임은 없었지만 사모펀드에서 75억원어치가량을 집중 매수했다.

카카오는 이달 7일부터 26일까지 주당 15만원에 35%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장내 매집한 지분 4.9%를 포함해 총 39.9%를 확보하게 된다. 하이브를 제치고 새로운 최대주주로 오른 뒤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개매수 초반부터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훌쩍 넘어서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를 반전시키려면 주당 매입 가격을 올리는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SM엔터 인수전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하이브가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M 오를수록 ‘승자의 저주’ 우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주당 인수가격을 더 높여 공개매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해 1조원 안팎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증권사 등을 상대로 수천억원의 자금 조달도 타진 중이다.

하이브가 SM엔터 지분을 장내에서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추가로 매집하면 5거래일 내에 지분 변동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종결 시점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당시 막판에 대거 주식을 인수해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처럼 하이브 역시 같은 수법으로 공개매수를 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집하거나 기타법인 등 우호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점쳐진다.공개매수 전쟁이 벌어지면서 SM엔터 주주는 신났지만 하이브, 카카오 주주는 울상이다.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고가 인수 여파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두 회사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이날 하이브는 5.99% 하락한 17만7200원, 카카오는 3.90% 내린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