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 2만명 몰렸지만…불안한 분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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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훈풍속 금리인상 악재작년부터 얼어붙었던 서울 청약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 조짐이다.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영등포구 양평동1가 영등포자이디그니티(투시도)가 200 대 1에 가까운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주택형 마감에 성공했다. ‘1·3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1주택자 주택 처분 의무, 전매제한 등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 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1·3 부동산대책' 이후 첫 청약
영등포자이 경쟁률 198대 1
1순위 60% 추첨제 효과도
이달 역촌1·휘경3구역도 기대감
美 빅스텝 조짐에 주담대 금리↑
전문가 "금리 불확실성 다시 커져"
다만 전문가들은 올 들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미국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조일 경우 청약시장에도 재차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상 웃돈 경쟁률에 청약시장 반색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영등포자이디그니티 1순위 청약 접수는 평균 198.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707가구 중 98가구를 일반에 공급했는데, 1만9478명이 신청해 모든 타입이 마감됐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주택형별로 전용면적 59㎡가 253.2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루 전 진행한 특별공급도 87가구 모집에 4995명이 몰리며 5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규제 지역 해제, 청약·대출 규제 완화 등을 담은 ‘1·3 대책’ 발표 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단지다. 영등포구가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벗어남에 따라 서울은 물론 경기·인천 거주자도 1순위 청약을 신청하는 게 가능해졌고,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할 의무도 폐지됐다. 전매제한 기간도 조만간 최장 10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책정한 분양가를 그대로 유지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도 흥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1순위 청약 물량의 60%(전용면적 85㎡ 이하 기준)를 추첨제로 뽑으면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도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중소형 주택형이 추첨제로 나온 것은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5년6개월 만이다. 일반분양 추첨제 물량 중 25%는 1주택자에게 당첨 기회가 주어진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무주택자는 물론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1주택자들도 청약에 나서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영등포자이디그니티가 이달 말로 예정된 계약 때 무리 없이 ‘완판’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등장한 금리 인상 변수에 ‘촉각’
영등포자이디그니티의 예상 밖 청약 성적에 이달 분양에 나서는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와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단지 모두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0억원 미만으로 책정돼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역촌1구역을 재건축하는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는 9일부터 청약을 접수한다. 전체 752가구 중 45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일반분양 가격은 전용 59㎡가 6억5329만원, 전용 84㎡는 8억5315만원이다. 전용 84㎡ 분양가는 최근 1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단지 중 가장 낮은 금액이다.
휘경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디센시아도 10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20일부터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전체 1806가구 중 70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분양가(전용 84㎡ 기준)는 작년 말 분양한 중랑구 리버센SK뷰롯데캐슬과 비슷한 9억원대 후반으로 책정될 전망이다.다만 미국이 다시 ‘빅스텝’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금리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부담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국이 금리 인상의 고삐를 계속 죄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입지, 분양가는 물론 자금 사정도 충분히 따져본 뒤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