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 보랏빛 호수에 우뚝 선 이정록의 '생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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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호수 가운데 작은 나무가 불빛으로 둘러싸여 있다. 밤과 낮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은 이곳은 신비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이정록의 ‘생명나무’ 연작의 하나다. 컴퓨터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순수한 사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신화적 이야기를 표현하기 시작한 작가는 2000년대 중반 ‘생명나무’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어두운 바다, 숲, 들녘 등에 나무를 설치한 뒤 피사체 주변에 작은 불빛을 연속 터뜨리며 이 과정을 긴 노출로 촬영했다. 그 결과물은 신기했다. 작은 불빛으로 둘러싸인 나무가 나타난 것이다. 이어 작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황량한 벌판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불빛을 담은 ‘더 웨이’, 아이슬란드 화산섬을 배경으로 찍은 ‘에너지의 기원’ 시리즈로 작품 영역을 넓혀나갔다.이씨의 작품은 2017년 세계 3대 예술경매인 영국 필립스옥션에서 추정 가격의 3.6배에 낙찰되는 등 세계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홍콩의 한 다국적 체인 호텔은 2021년 객실 전체에 그의 작품을 걸어 화제가 됐다. 활동 25년을 맞아 그는 3월부터 제주, 서울, 부산, 헝가리 등지에서 연이어 전시회를 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