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무엇이 '별천지 한국'과 '암흑천지 북한' 갈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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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인류의 여정무슨 이유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가. 가장 흔히 나오는 답은 ‘민족성’이다. 민족마다 유전자가 다르니 능력과 천성, 사회 분위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강력한 반증이 존재한다. 1000년 넘게 함께 살았기에 유전적 차이가 거의 없지만, 생활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인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시공사
356쪽│2만2000원
그렇다면 국가의 흥망성쇠를 나누는 요인은 무엇일까. 오데드 갤로어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류의 여정>에서 인구, 교육, 문화, 지리적 특성, 제도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예컨대 한국과 북한의 운명을 가른 요인은 제도다. 북한의 권위주의 독재는 경제의 자유를 제한해 빈곤을 자초한 반면 한국은 시장경제를 장려해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는 설명이다.저자는 인류의 생활 수준이 발전해온 과정을 돌아보며 앞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인이 어떻게 경제 발전을 추동했는지 논증한다. 지구상에 인류라는 종족이 탄생한 뒤 수만 년간 인류의 1인당 평균 생활 수준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평균수명도 30~40세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구석기 시대도, 로마 시대도, 중세도 마찬가지였다. 기술과 사회 제도가 발전하고 식량 생산이 늘긴 했지만, 늘어난 생산량만큼 인구도 함께 증가하는 바람에 1인당 돌아가는 자원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세기 인구가 총 10억 명을 넘기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7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혁명의 바람과 인구 증가, 도시의 발전이 맞물려 분업화와 전문화가 촉진됐다. 의무교육이 도입되면서 인적 자본이 크게 증가했고 경제가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됐다. 각국의 생활수준 격차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신기술에 개방적이고 교육을 장려하는 문화와 제도를 갖춘 국가일수록 빠르게 발전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낙후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19세기 후 생활 수준 향상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출산율 하락이었다는 분석이다. 자녀가 지나치게 많으면 자녀 1인당 교육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후손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도 낮아진다는 설명이다.그래서 저자는 저출산 현상에 대해 낙관적이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느낌은 있지만,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류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