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왜 '액면가 1조 달러 주화' 질문을 받았을까 [신인규의 글로벌마켓 A/S]




오늘 주목할 만한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여럿 나왔는데, 우선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다고요.

우선 민간 급여서비스 기관이죠, ADP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비농업 고용이 2월에 24만2천명 증가했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20만 건 수준이었는데 예상치를 웃돌았고요. 서비스 부문에서 19만 개의 일자리가, 상품 부문에서 5만 2천 개의 일자리가 각각 늘었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7.2% 증가로, 최근 1년 사이에 상승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합니다.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넬라 리처드슨은 "아직까지 미국의 임금 압력이 완화되는 것이 약한 수준으로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분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날 나온 미국의 채용·이직 통계보고인 Jolt보고서에서도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숫자가 나왔습니다. 1월 기준 미국의 채용 건수는 1,082만 건으로 예상치인 1,050만 건을 웃돌았습니다. 전체 이직과 자발적 퇴직 등을 포함한 퇴사율은 3.8%로 전월과 비교해 변화가 없었고, 해고율은 1.1%로 전달보다 0.1%p 높아졌습니다. 큰 숫자로만 살펴보면 미국의 고용이 아직도 시장의 예상보다 견조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세부 숫자의 변화를 보면 미국의 고용에서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건설업 부문의 채용 공고가 25만 건 아래로 떨어진 24만 8천 건을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건설업 부문 채용은 12월엔 48만 8천 건, 지난해 11월엔 34만 8천 건이었습니다. 1년 전에는 40만 건에 육박했었습니다.

집크루터의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아 폴락은 "1월 채용 공고 를 보면 건설 부문 일자리가 급감했는데, 이것은 높은 이자율과 주택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라며 "앞으로 큰 일자리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지표 외에도 연준의 베이지 북이라든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청문회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들은 없었습니까.



미국의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관할지역의 경제상황을 보고하는 베이지북에서는 시장을 놀라게 할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크게 보면 2월 한 달 동안 관할 지역 가운데 여섯 개 지역의 경제활동의 큰 성장이 없었고, 나머지 지역은 성장이 완만하게 늘었다는 내용이 있고요. 기업들이 그동안 높아진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한다는 보고는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부문에서 가격 인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문장들도 발견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청문회와 관련해서는, 어제만큼의 파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어제 연설문에서 밝힌 대로 미국의 최종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에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이제 3월 미국 기준금리 50bp 인상 확률이 대세가 되었지요. 하원 의원들과의 질의 응답이 이어진 오늘도 어제와 비교해 기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다만 재미있는 문답이 있어 한 대목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미국은 지금 정부 부채 한도를 올릴지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윌리엄 티몬스 의원이 파월 의장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재무부가 '1조 달러짜리 주화'를 만들어내면, 연준이 그것을 받아 예치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는데 파월 의장은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이 질문에는 정부가 액면가 1조달러 짜리 주화를 만들어서 연준에 예치하면 정부가 여야 합의가 필요한 부채한도 상향 없이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냐는 의도가 깔려 있는데요. 얼핏 듣기엔 묘수처럼 보이지만 이런 일이 현실화 된다면 결국 달러의 신뢰성이 흔들릴 겁니다. 파월 의장은 이 질문에 대해 '연준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마술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비유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결국 정치에 금융통화 당국이 흔들리거나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겁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