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C "투자 환경 긍정 변화...바이오텍, 美 나스닥 상장 노려야"

WSJ 헬스케어 포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형성됐다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업계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기업가치 왜곡이 줄었고, 투자 대기 자금이 풍부해서다.

유망 바이오텍이라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를 만날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비니타 아가르왈라 바이오헬스팀 제너럴 파트너와 소피노바 파트너스의 톰 버트 파트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최한 헬스케어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평가했다.

톰 버트 소피노바 파트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우리는 시장이 다소 왜곡되는 현상을 봤다"며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금이 투자하기에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팬데믹 당시 특별한 투자 대상이 없이 떠돌아다니던 자본이 헬스케어 분야에 흘러들어갔고, 이것이 많은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때 자본이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이제는 좀 더 민감하게 기업 평가를 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존 투자자들에게 무게중심이 옮겨졌고, 이것은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톰 버트 파트너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고령화 인구도 늘고 있어 기회가 있다"면서 "바이오텍들 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혁신에 대한 제약사의 수요도 있다"고 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비니타 아가르왈라 파트너도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상당히 큰 큐모의 자본이 벤처캐피털에 조달돼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출자자(LP) 관점에서 기록적인 해였다"면서 "이는 헬스케어 섹터에 투자하기 위해 형성된 자본이고, 이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혁신 기술에 투자될 자금이 풍부하게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업계에 정리해고, 청산이 잇따르는 데 대해선 "우리 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수의 회사에 통합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에 재구조화(restructuring)가 일어난다고 해도 유능한 인력과 플랫폼 기술은 다른 회사에 녹아들 수 있다"며 "그 대상은 대형 제약사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톰 버트 파트너는 "자금 조달이 좀 더 합리적인 수순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는 바이오텍이 보다 현명하게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무엇이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때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좋은 기술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바이오텍 자운스가 영국 바이오텍인 레드엑스에 합병된 케이스도 언급이 됐다. 비상장사인 레드엑스가 자운스를 인수합병하고, 존속법인은 나스닥 상장사인 자운스가 되는 역합병이었다.

자운스는 소피노바의 포트폴리오 회사다. 톰 버트 파트너는 "레드엑스가 자운스를 역합병하고, 나스닥 상장사가 되는 이번 거래의 주된 원동력은 자본"이라고 했다.

그는 "자운스를 합병한 레드엑스는 강력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레드엑스 같은 유럽 바이오텍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광물 회사라면 런던 증시에 상장할 수 있겠지만, 바이오텍이라면 전문 투자자들이 있는 나스닥에 상장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투자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로버트 칼리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참석했다.

칼리프 국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 방향과 FDA의 역할에 대한 패널 질문을 받고서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기술 적용에 큰 믿음을 가지고 있는 팬"이라면서도 "폭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책임감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히 상업적 관심의 문제라기보다 전문적인 기준(professional standards)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 치료 등에 쓰이는 약물 애더럴(Adderall)을 예로 들었다. 애더럴은 마약 성분인 암페타민이 주성분이다.

그는 "벤처캐피털들이 회사를 인수하고, 최소한의 방문 만으로 사람들에게 애더럴을 처방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증진시키고 싶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긍정적 부분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반복적인 비대면 처방이 초래할 수 있는 약물 중독 등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칼리프 국장은 "대면 방문과 디지털 방식의 대면 접촉이 적절하게 혼합돼야 사람들이 중독을 다루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디지털 방식으로만 방문을 하겠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과 회사들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유지하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영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3월 9일 16시 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