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넘어선다고?…GM, 허머 등 전기차 생산 더뎌 고민

GMC 허머 EV, 하루 생산량 약 12대 불과
캐딜락 리릭, 1년 동안 1000대 판매 그쳐
공급망 문제, 배터리 생산 문제 등 겹쳐
잠재적 고객 많다지만 다 뺏길 판
전기차로 전환에 힘을 쏟고 있는 완성차 업체 GM이 신규 전기차 모델의 생산속도를 끌어올리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GM이 밀고 있는 전기차 신모델인 GMC 허머 EV와 캐딜락 리릭의 출고 속도가 예상보다 현저하게 느리다고 보도했다. 경쟁사인 포드에게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 밀린 GM이 전기차 경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잠재적인 전기차 고객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픽업트럭인 GMC 허머는 15개월여 전 생산을 시작했지만 하루 생산량은 약 12대에 불과하다. 이는 출시 시점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나마 대리점 재고 물량은 배터리 팩에 물이 스며드는 문제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출고되지 못하고 있다.

약 1년 전 판매를 시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릭의 생산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느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생산을 시작한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1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GM은 올해 리릭을 3만6000대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Y에 비해 현저히 적다. 모델 Y는 작년 미국에서 약 25만2000대 팔렸다.

GM은 전기차 생산이 하반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뒤 새로운 공급망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대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투자해 문을 연 오하이오 공장에서 배터리 셀의 생산이 더뎠던 것도 생산 차질의 이유 중 하나다.메리 바라 GM CEO는 "2023년을 전기차 전환 추진의 돌파구로 삼자"고 선언했다. GM은 향후 몇 년 동안 12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의 지위를 뺏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런 더딘 생산 속도 때문에 바라 CEO를 향한 압박은 가중되고 있다. GM 투자자들은 GM이 건전한 이익 구조를 유지하면서 전기차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GM 측의 설명이다. 리릭에 관심을 표현한 사람이 20만여명에 달하고, 허머 EV를 구매하기 위해 보증금 100달러를 지불한 예비 구매자가 8만명을 넘어섰고 밝혔다. GM은 올해 SUV인 블레이저와 이쿼녹스를 비롯해 픽업트럭 실버라도 등 전기차 신규 모델을 몇 달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생산과 출고가 늦어지면 잠재적 고객이 테슬라나 포드, 현대차 등 경쟁사 전기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