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향상 프로그램, 저성과자 퇴출용 아냐" 판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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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판 포커스기업이 업무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성과 향상 프로그램(PIP: Productivity Improvement Program)을 적법한 경영방식으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직원 역량을 강화해 영업성과를 더 내려는 방안이라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PIP 대상이 된 직원에게 성과금을 주지 않거나 다른 직원보다 적게 지급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교육 대상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
1·2심 이어 대법원도 회사 손들어줘
직원들 “희망퇴직 거부하자 퇴출 유도” 주장
법원선 “영업성과 제고 위한 조치”로 결론
“교육대상 등급받은 직원 0.97% 불과” 지적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 A사의 기술사무 직원들이 임금소송서 패소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를 최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을 살펴봤지만 상고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A사는 2013년부터 상대적으로 부진한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PIP를 도입했다. 최근 3년간 다섯 단계로 이뤄진 인사평가 등급 중 네 번째인 BE등급 이하를 2차례 이상 받은 직원이 1차적으로 대상자로 분류된다. 그 다음 △성장 가능성 △역량 △태도 △동료들의 의견 등을 반영하고, △사원·선임급 직원 △경력직 입사 3년 미만인 직원 △부서를 옮긴 지 1년 미만인 직원을 제외하는 절차를 거쳐 교육 대상자를 선정한다. 교육 대상자는 회사가 목표 생산량을 달성했을 때 연 2회 지급하는 경영성과금인 PI(Productive Incentive) 등을 받지 못한다. 인사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연봉도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동결되기도 한다. 원고들 또한 PIP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다른 직원들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
원고들은 이 같은 경영방침을 “인사권을 넘어선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하면서 2015~2019년 성과급 미지급액 등을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희망퇴직 제안을 거부하자 회사가 퇴직을 유도할 목적으로 매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매겨 임금을 삭감하고 사실상 퇴출프로그램인 PIP를 통해 자존감과 근로의욕도 떨어뜨렸다”고 했다. A사는 “PIP는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성과금 문제를 두고는 “인사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성과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그 금액을 삭감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 모두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원고들을 선별해 퇴출할 목적으로 낮은 등급을 매기고 PIP 대상자로 분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 인사평가는 정량평가(업적)와 정성평가(역량)에 동료들의 평가까지 더해 종합적으로 이뤄졌고,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되 상위등급 편중이나 강제할당과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평균 점수에 상한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형평을 조정했다”며 “이 같은 방식에 따라 기술사무직 직원들 중 2015년과 2016년 모두 BE 이하 등급을 받은 직원 비중은 0.97%(88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3~2019년 PIP에 참여한 인원 중 23%가 그 후 인사평가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았고, 원고들도 지금까지 회사에 재직 중”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PIP는 영업성과 제고 등을 위한 경영 조치의 일환으로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A사의 성과금 기준에 관해서도 “재량권 행사가 합리적인 범위를 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의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