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더 특별한 '유재석 패션'…게스트 돋보이게 만든 '슈퍼 노멀'

임승희의 패션 IN 스크린
'유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의 그레이시룩

무색무취의 패션이 빛나는 이유
낮은 채도와 단색의 모던한 슈트
어느 컬러와 만나도 잘 어울려
방송인 유재석이 '2022 올해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입장하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TV 토크쇼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세트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작은 의자와 캠핑용 테이블이 전부다. 여기에 평범해도 너무 평범해 ‘이질감 제로의 스타일’ 유재석(사진)이 등장한다. 녹화 현장과 진행자들의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은 강력한 효과를 낸다. 출연자들은 ‘특급 연예인’ 유재석 옆에서도 자신의 인생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풀어내도록 해주고,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준다. 화면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프로그램에 안성맞춤인 전략이다.

사실 유재석의 스타일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말하자면 ‘슈퍼 노멀(super normal)’. 하지만 뭔가 특별함이 숨어 있다. 유럽의 감성으로 체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날씬한 정장과 단색 그리고 얇은 넥타이까지. 젊은 느낌과 여유로운 연륜이 한번에 묻어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패션 ‘에이지리스 룩(ageless look)’이다. 그리고 ‘에포트리스 시크 댄디 미니멀 룩(effortless chic dandy minimal look)’. 쉽게 설명해 별달리 꾸미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화려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느낌이 나는 멋쟁이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유럽 감성 그레이시 룩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어깨와 가슴 그리고 허리, 발목까지 이어지는 아찔한 기장감. 젊은 감성의 유럽풍 정장과 좁은 깃, 좁은 타이까지. 그리고 낮은 채도의 단색 컬러감, 도시 감성의 도도함(모던 시크)의 유재석 스타일에는 그러나 긴장감이 빠져 있다. 다소 차가운 이미지 스타일에 사람 좋은 미소의 유재석을 만나면 그야말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그의 패션은 긴장을 풀어주고 평범한 사람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회색빛의 ‘그레이시 룩(grayish look)’이라고 할 수 있다. 낮은 채도와 단색으로 어느 색상과 만나도 베이스가 될 수 있는 그레이시 룩은 평범하면서 소소한 삶의 이야기에 선명한 색감을 돋보이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유재석의 그레이시 룩은 그런 특별함을 가지고 나이 성별을 넘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에이지리스 룩으로 패션 소통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별함보다는 따뜻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유재석만의 그레이시 룩을 추천한다.

놈코어 슈퍼 노멀 룩

티아이포맨 셔츠
몰개성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무채색의 슈퍼 노멀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무색무취의 슈퍼 노멀은 어떤 색과도 어울릴 수 있고, 그 색상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슈퍼 노멀 룩은 기본에 충실하고 부가적인 스타일을 배제한다. 그러면서 평범함의 ‘NORMAL(노멀)’과 철저한이라는 의미의 ‘HARDCORE(하드코어)’의 지극히 평범한 스타일인 놈코어와 만나 지극히 평범한 패션을 선보인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은 놈코어 슈퍼 노멀룩으로 기본과 절제의 스타일로 도드라지지 않는 그만의 멋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더 시선을 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럭셔리함보다는 평범함의 미학 패션 커뮤니케이션의 발판이 되고 있다.

에포트리스 시크 댄디 미니멀 룩

티아이포맨 셔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에포트리스 시크 패션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패션 고수의 패션 센스다. 깃이 좁은 화이트셔츠와 단색의 좁은 타이를 매칭한 스타일은 연출이 아니라 패션 고수의 향취가 물씬 풍기기도 하는데, 유재석의 슬림한 라인과 함께 꽤 신뢰감을 주는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액세서리 없이 댄디 미니멀 룩은 토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자연스러운 토크와 더불어 군더더기 없는 댄디 미니멀 룩은 과거의 MBC ‘놀러와’의 MC 유재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때 김원희 스타일리스트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그의 패션을 직관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슬림 라인을 고수하던 그만의 패션철학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마치 일상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기며 또 다양한 각도에서의 패션 센스가 돋보이기도 한다. 젊은 감성을 원한다면 일단 슬림한 보디라인을 먼저 챙겨보고 댄디 미니멀 룩에 도전해보자.

‘노삭스’가 뭐에요? 스니커즈와 양말

맨온더분
‘유퀴즈 온 더 블럭’은 간단한 테이블만 세팅되기 때문에 MC와 게스트의 의상이 빠짐없이 노출된다. 매회 유재석의 슈트룩과 매칭되는 스니커즈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양말이 있다. 그것도 깔맞춤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보조 MC인 조세호도 그와 함께 양말을 스타일링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촌스러움을 세상 끝까지 한껏 끌어올린 양말과 하얀 스니커즈를 볼 때마다 패션의 창의성에 흠칫 놀라곤 한다. 스니커즈엔 노삭스가 패션의 ‘국룰’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최근 양말 트렌드가 유행이다 보니 새삼스럽게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의 스니커즈와 양말 패션이 친근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다가온다.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가 되고 싶다면 미니멀한 노삭스의 아련한 추억을 잊고, 양말을 매칭해 보자.

임승희 인덕대 방송뷰티학과 교수·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