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어디 쓰는 물건인고?…궁중에서 기름 담던 통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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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리움미술관 백자전을 찾은 관람객 가운데 상당수는 20~30대다. ‘고미술은 어르신들의 취미’라는 통념과 사뭇 다른 결과다. 젊은 관람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 전시를 직접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이 답했다.
전시 기획한 이준광 연구원에 묻다
조상님들은 백자를 어떻게 쓰셨나요
茶器로 썼다 생각하시겠지만, 유물 상당수는 술병·술잔
현대 기술로도 못 따라 만든다던데…
당연히 따라 만들 수 있지만 특유의 선 살리긴 어려울 것
도자기 전시, 어떻게 즐겨야 하나요.
“크게 세 가지 감상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술 작품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보는 겁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왕실에서 썼던 청화백자가, 현대미술의 파격을 좋아한다면 지방의 철화백자가 마음에 드실 겁니다. 또 하나는 도자기를 유물로서 보는 겁니다. 역사를 배우는 것이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철화백자가 등장했듯, 도자기는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史料)입니다. 마지막으로 옛날 사람들이 이 도자기를 어떻게 만들고 유통했으며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지 상상하며 즐기는 방법이 있습니다.”전시된 작품들은 주로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
“유물 상당수는 술병이나 술잔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술을 많이 즐겼던 것 같습니다(웃음). ‘백자 장군’ 등 다양한 형태의 술병이 있었습니다. 간혹 그릇들을 다기(茶器)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의외로 조선시대에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술병이 아닌 백자 중 가장 유명한 건 달항아리입니다. 식물성 기름을 담던 통 등 주방 저장용기로 추정됩니다. 국보인 ‘백자 달항아리’가 그 증거입니다. 담고 있던 기름이 배어 나와 표면에 얼룩을 만들었는데, 하필 달 표면처럼 번져서 더 아름다워졌습니다.”중국·일본은 17세기부터 유럽으로 수만 점씩 도자기를 수출했지만, 우리 백자는 주로 내수용이었습니다. 조선 도자기의 수준은 어떤가요.
“당시 중국이나 일본의 도자기에 수준 높은 기술이 많이 쓰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술 작품을 보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죠. 비싼 재료나 최신 기술이 많이 들어갔다고 작품이 더 훌륭한 건 아니잖아요.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도자기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시각에서 봐야지요.”일본 박물관이 소장한 백자들은 불법적으로 약탈한 문화재 아닌가요.
“이번에 소개된 조선백자는 소장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들입니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백자는 생활용품이었고, 그중 마음에 드는 걸 본국으로 가져간 일본인들이 많았어요. 일본 박물관에 있는 백자 대부분이 이렇게 소장된 작품들입니다. 이번 전시에도 일본 기관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20점 넘게 작품을 빌려줬는데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입니다. 일본민예관도 ‘양국 간 교류는 우리의 사명이니 기꺼이 협력하겠다’며 흔쾌히 명품들을 내줬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옛날 도자기는 현대 기술로도 똑같이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아닙니다. 현대 기술로 왜 못 만들겠어요(웃음). 하지만 도자기 위의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면 선을 자신 있게 뻗지만, 이미 존재하는 그림을 똑같이 따라 그리다 보면 선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일반적인 그림보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게 난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성수영/이선아 기자, 사진=이솔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