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의 증권성

프레스토랩스 리서치

그 어떠한 자산도 증권이 될 수 있다
크립토의 증권성 이슈는 크립토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현재 약식 판결만 남겨두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v. 리플랩스(Ripple Labs)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SEC가 크립토 거래소인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와 BUSD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Paxos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크립토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아직 증권법에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모호합니다. 그로 인해 SEC의 기소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고 있으며, SEC의 관할권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항상 존재합니다.이를 고려해 본 글에서는 증권의 정의와 판단 기준에 관해 설명하고, 가장 최근에 판결이 나왔던 SEC v. LBRY 판결을 통해 투자자들이 많이 놓치고 있을 부분과 앞으로 있을 판결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증권이란?

미국에서는 증권에 대한 정의를 Section 2(a)(1) of the Securities Act of 1933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 증권법 정의 / 사진=SEC
주식, 채권과 달리 크립토는 새로 생긴 자산이기 때문에 증권법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크립토의 증권성 여부는 대부분 'Investment Contract (투자 계약)'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Howey Test가 사용됩니다.Howey Test (하위 테스트)

Howey Test는 미국에서 특정 거래가 증권법상 투자 계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법적 테스트입니다. 1946년 미국 대법원 판례인 SEC v. W.J. Howey Co.에서 유래되었으며 아래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해당 거래는 투자 계약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미국 법률에 따른 증권 규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비록 Howey Test 자체가 1934년에 만들어진 만큼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최근 바이든 행정명령에 따른 FSOC(미국 금융 안정 감시 협의회)에서 변형이 있을 순 있지만 큰 틀에선 하위 테스트를 따라간다고 밝혔습니다.

1. 돈을 투자한 것이다 (It is an investment of money)2. 투자로부터 수익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There is an expectation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

3. 투자한 돈은 공동 기업에 있다 (The investment of money is in a common enterprise)

4. 수익은 발기인 또는 제3자의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Any profit comes from the efforts of a promoter of third party)*2번과 4번이 '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promoter or a third party'로 통합되기도 합니다.
사진=닉그로스맨
또한 SEC의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분산돼 있거나 특정 운영 주체가 없는 경우, 투기적 목적이 아닌 경우, 토큰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토큰 가치보다는 기능성이 중요한 경우, 토큰의 플랫폼 내에서 토큰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등의 사항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또한 많은 모호성이 존재합니다.

SEC v. LBRY

LBRY는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공유 플랫폼으로, 아마존이나 유튜브와 같이 사용자들이 LBRY 블록체인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LBRY는 지난 2016년 7월 정보를 공유한 사용자들에게 10억 개의 $LBC 코인을 보상으로 발행했으며, 초기 4억 개는 'usage and adoption'을 위해 본인들에게 할당했고, 5390만 개의 $LBC 토큰은 LBRY가 만든 앱을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다른 3자 트레이딩 플랫폼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SEC는 2021년 3월 29일 LBRY를 1100만 달러 상당의 미등록 증권을 판매해 1933년 Securities Act의 Section 5를 위반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Howey Test 2, 4번에 해당하는 '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promoter or a third party'이었으며, 이에 대해 LBRY는 1) LBC는 증권이 아니며 2) fair notice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습니다.
SEC v. LBRY 판례 / 사진=SEC
2022년 11월 7일 법원은 LBRY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1. LBRY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LBRY가 성장함에 따라 $LBC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 들게 했다.
SEC v. LBRY 판례 / 사진=SEC
2.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하는 등 LBRY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LBRY와 $LBC의 가치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EC v. LBRY 판례 / 사진=SEC
3. 크립토가 단순히 유틸리티 측면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크립토가 증권이 아닌 것은 아니다.

토큰 자체는 증권이 아니다

SEC v. LBRY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후에 진행된 사건입니다. 앞서 LBRY의 패소 뉴스를 접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LBC 자체가 증권으로 인정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SEC는 승소 이후 $LBC 자체가 증권으로, 이후에 판매된 토큰들도 증권법을 위반하기에 $LBC에 대한 영구적인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1월 30일 법원은 이전 증권법 위반 판결은 $LBC의 발행시장 판매에만 적용되고 유통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투자자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과는 달리 $LBC 자체가 증권으로 판단된 것이 아닌, $LBC를 초기에 판매할 때의 계약 과정이 투자계약이라고 간주된 판결이었습니다.

Howey Test를 예시로 들면, 오렌지 농장을 소유한 업체가 오렌지 농장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다시 재임대해 임대 수익과 재배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분양을 제공하는 행위는 투자 계약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SEC가 주장하는 것처럼, 오렌지 농장 자체가 증권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며 그 이후 똑같은 오렌지 농장을 실제 농사를 짓기 위해 산다면 이 또한 투자 계약이 아닙니다.

즉 SEC v. LBRY 판결에서도 발행시장에서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사는 행위는 투자 계약이므로 증권법 위반이지만, 이 판결로 인해 $LBC 자체가 증권이 될 수 없으며 그 이후에 $LBC를 순전히 유틸리티 목적으로 샀다면 그 행위에 대해서는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사진=존 디튼 변호사 트위터
실제로 크립토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인 SEC v. Telegram과 SEC v. Kik Interactive 역시 ICO 과정에서의 계약이 투자 계약이라고 판결됐지만, 크립토 자체가 증권이라 판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Lewis Cohen 변호사는 리포트를 통해 증권성과 관련한 266개의 소송을 모두 분석한 결과, 자산 자체가 투자계약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어떤 소송에서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XRP의 경우는?

SEC v. Ripple Labs 소송은 SEC v. LBRY와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LBRY와 마찬가지로 Ripple Labs 또한 발행 시장에서 약 1380만 달러 상당의 현금을 조달한 혐의로 고소를 받았으며, 하위 테스트의 관련해서도 '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to be derived solely from the efforts of the promoter or a third party'가 주요 논쟁 쟁점입니다.

SEC v. LBRY의 판결을 리플 소송에 적용한다면, Ripple Labs가 발행 시장에서 약 1380만 달러 상당의 XRP를 팔아 현금을 조달한 혐의에서의 계약을 투자 계약으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Ripple Labs가 벌금을 내야할 가능성은 있지만, SEC의 'XRP 자체가 토큰이다'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이후 유통 과정에서의 XRP는 SEC의 관할권이 아니라는 것을 SEC v. LBRY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론

발행 시장에서의 토큰 판매는 증권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토큰을 공동 기업에서 발행하며, 이를 홍보하고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Howey Test의 모든 기준을 충족하며, 특히 항상 논쟁의 중심이 되는 '제3자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 기대'라는 부분에도 충족됩니다. 이에 대해 앞으로 프로젝트들의 토큰 판매, 홍보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EC의 Embodiment Theory가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행 시장에서의 계약이 투자 계약이라 하더라도 법원이 유통 시장까지 SEC의 권한을 인정할지, 그리고 크립토 자체를 증권으로 인정할지는 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결에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크립토 자체를 증권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면 암호화폐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됩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토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크립토 시장은 시총이 1조 달러를 넘어선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며, 보수적으로 세어보아도 약 1만 5000개의 프로젝트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증권성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것 외에도 기존 토큰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많은 프로젝트들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 및 심사할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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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to Labs 소개

프레스토랩스는 2014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아시아 최대 퀀트 트레이딩 기업으로, 일일 거래대금 3조원(글로벌 5위권 규모) 규모의 거래량을 자랑한다. 전통 금융은 물론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본 리포트는 매체 편집 방향과 무관하며,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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