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학폭·사이비·마약 조심하세요 [연예 마켓+]

'피지컬:100', '피크타임', '불타는 트롯맨' 등
프로그램 '학폭', '폭행' 시끌
"검증이 최고의 리스크 관리"
/사진=넷플릭스 '피지컬:100', JBC '피크타임', MBN '불타는 트롯맨' 포스터
"정말 보수적으로 검증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요즘 같은 때엔 어디까지 확인을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논란이 되면 타격도 너무 크고요."

한 연예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학폭에 마약, 사이비까지 '검증'이 연예계 화두가 됐다. 국내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콘텐츠 1위에 오른 '피지컬:100', 오디션 프로그램 부흥을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는 JTBC '피크타임', 트로트 열풍을 이는 MBN '불타는 트롯맨',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방송 직후부터 큰 화제성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출연진 검증 논란이 불거진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최근에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유명인들까지 지탄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제작진들이 검증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일반인 출연 예능의 시작은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거다. 최근엔 OTT 플랫폼의 증가로 더욱 봇물이 터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만큼 '방송에 문제가 없는' 이력을 갖춘 출연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사실 확인'이라는 과정 자체가 참가자 본인이 작정하고 숨기려 들면 제작진이 알아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제작사 관계자는 "우리 나름대로는 서약도 받고, 검증 과정을 거쳤지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며 "일단은 믿고 간다. 걸리질 않길 바랄 뿐"이라고 속내를 전했다.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소속사에서 어릴 때부터 연습생들을 발굴하고, 학사 관리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을 맺기 이전의 상황까지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최근 그룹 DKZ의 멤버 경윤의 부모님이 '나는 신이다'를 통해 지탄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신도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진 논란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몇몇은 "이제 본인은 물론 부모님 종교까지 확인해야 하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리스크, 최대한 피하자"

최근엔 아이돌도, 방송 제작도 대형화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연달아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완성되면 이들이 출연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이들의 춤과 노래로 채워지는 콘서트가 진행된다.

프로그램 예산 규모 또한 대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OTT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그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박성제 MBC 사장도 자신의 SNS를 통해 "'피지컬:100'은 제작비를 웬만한 드라마만큼 투입했다"고 밝혔다. 요즘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8억 원 상당임을 고려하면 9회 분량의 '피지컬:100'을 제작하면서 70억 원 상당이 투입됐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하지만 '피지컬:100'은 출연진의 학폭 의혹에 이어 여자친구 폭행 등이 불거지면서 국내 예능 프로그램 최초 글로벌 1위라는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결승전 대결에서 발생한 소음 문제로 재경기가 이뤄지면서 참가자들의 섭섭한 공개적으로 감정이 드러나기도 했다.

출연자의 범법 행위가 콘텐츠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사례는 유아인도 있다. 유아인의 모발에서 4종의 마약이 검출됐고,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기약 없는 '대기' 상태가 됐다.

유아인이 주인공으로 낙점됐지만,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은 넷플릭스 '지옥2'의 경우 배우를 교체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12부작 '종말의 바보' 등은 힘든 코로나 시국을 견디며 촬영했음에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배우 김영웅은 유아인의 혐의가 공개된 후 "캐스팅 소식의 반가운 전화도 가슴 설레던 첫 촬영의 기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려 한다"며 "그의 잘못된 행동이 사실이라면 손가락질의 대상임이 확실하다.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도 더구나 없다. 다만 그냥 못내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수고와 희생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던 '종말의 바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까 봐 아쉬울 뿐"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까지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왕좌왕한 상황이다. 특히 종교의 경우 문제가 되는 종교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받는 사례도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사이비 종교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면서, 몇몇 연예인들의 실명과 종교가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팬들이 연예인만 보고 생각 없이 사이비 종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단순히 믿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질받아야 하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한편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사이비 종교 신도는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 중에서도 상당히 많았다는 걸 알고 놀랐다. 신도는 MBC에도 있고, 넷플릭스에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걸 색출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하면서 마녀사냥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어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교주와 리더라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꼬집으며 "그걸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