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혼자 살 건데…비혼 선언하고 100만원 받았어요" [이슈+]

비혼식 열고 선언문 낭독하는 직장인들
회사서 결혼 축하금 비혼 직원에 제공하기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혼주의자인데) 자리 채워준다고 동료들 결혼식 할 때마다 가려니 돈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비혼을 선언하면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회사 소식을 듣고 이직 욕구가 생겨날 정도로 부러워요."
30대 직장인 박모 씨(여)는 얼마 전 '자발적 비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비혼주의자라는 이유로 직장 동료의 결혼식을 모른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 왔다.

최근 박씨의 설명대로 비혼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제도가를 만든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추세다. SK증권은 올해 1월 13일 노사 간 교섭에서 직원들이 결혼할 때 제공하던 복지혜택인 축하금 100만원과 유급휴가 5일을 40세 이상, 근속 기간이 5년 이상인 비혼 선언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KB증권은 앞서 지난해부터 비혼 선언을 한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근속 5년 이상 직원 중 만 38세 이상 비혼 선언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100%와 특별 유급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결혼한 직원에게 제공되는 결혼 축하금과 동일한 액수다. 업계에 따르면 시행 한 달 만에 6명이 신청하는 등 직원들 사이 큰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최근 20~4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비혼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본인만의 주체적인 삶이 우선시되고, 경기 불황 속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들어 "비혼을 선언했다", "비혼식을 할 예정이다" 등의 글들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유튜브에도 20~40대 비혼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른바 '비혼 브이로그(v-log)'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은 각각 "결혼에 자신이 없다,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기엔 그릇이 작다",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혼이 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혼을 선언하는 분위기다.
얼마전 비혼식을 열고 비혼선언문을 낭독한 30대 여성. /사진=BBC 코리아 보도 화면 갈무리
BBC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문화공간에서 비혼식을 올린 30대 여성 A씨는 "나는 평생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라고 밝히며 '비혼 선언문'을 낭독했다. 개회 선언부터 입장 퍼포먼스, 비혼 선언문 낭독, 축가와 축사까지 일반 결혼식과 비슷하게 진행됐다고 한다.직장인 김모 씨(34)는 "비혼주의라서 앞으로도 혼자 살 계획이고 회사에 근속할 생각이라 비혼 직원 복지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제는 회사에서 결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혼을 선언하고 갑자기 결혼을 선언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작용이 있을 것 같다" 등 우려스러운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복리후생제도가 기혼자 위주라 비혼자 형평성을 고려해 만든 것"이라며 "다만 비혼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한 방송에 출연해 비혼을 선언하고 비혼식을 올린 여성. /사진=SBS 방송 화면 갈무리
또한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혼을 선언한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하는 것은 선진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혼 축하금 등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던 직장인들을 고려한 제도로, 저출산에 악영향을 주는 제도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한편 지난 8일 온라인 여론조사 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만 19~59세 미혼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결혼 계획에 관해 묻자, 현재 '결혼 계획 없음' 응답 비율은 61.4%를 기록했다. 특히 남성의 비혼 의사는 53.9%, 여성의 비혼 의사는 68.6%로 여성의 비혼 의사가 남성 대비 14.7%P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비혼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 것과 관련, 임 교수는 "양육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서 결혼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며 "일부 여성들은 애를 낳지 않으면 삶의 질이 더 나아진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자리 잡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는 '고전적인 가치'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